[AJU 초점] '살목지'에서 '백룸'까지…젠지가 키운 극장 호러 붐

사진영화 백룸 포스터
[사진=영화 '백룸' 포스터]
호러·스릴러 영화가 침체된 극장가의 새로운 흥행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4월 개봉한 '살목지'가 324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6월에는 '백룸'도 개봉 21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두 작품의 흥행 뒤에는 젊은 관객의 달라진 소비 방식이 있다. 극장에서 느낀 공포는 짧은 후기와 인증, 결말 해석으로 이어졌고 온라인 반응은 다시 극장 흥행을 밀어 올렸다.

영화 '백룸'은 6월 16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겟 아웃', '어스' 이후 약 7년 만에 나온 외화 호러·스릴러 100만 돌파작이다. 팬데믹 이후 외화 호러 장르가 좀처럼 큰 흥행을 만들지 못했던 상황에서 '백룸'은 개봉 3주 차에도 관객을 끌어모으며 존재감을 보였다.

흥행의 중심은 바로 젊은 관객이었다. CGV 예매 분포 기준 '백룸'은 20대가 38%로 가장 높았고 10대와 30대가 각각 19%로 뒤를 이었다. 성별 분포 역시 남성 53%, 여성 47%로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다. 인터넷 문화와 도시 괴담에 익숙한 관객들이 극장으로 향했고, 관람 후 온라인에 남긴 반응은 다시 새로운 관객을 불러들였다.

'백룸'의 화제성은 영화 밖에서 더 크게 번졌다. 인터넷 도시전설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 특성상 개봉 이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말 해석과 이스터에그 찾기, 세계관 설명 콘텐츠가 쏟아졌다. 한국 지하철 환승 통로나 심야 무인역의 노란 형광등 복도를 '리얼 백룸'으로 공유하는 게시물도 확산됐다. 영화를 본 관객이 일상 공간에서 다시 영화를 떠올리고, 그 반응을 온라인에서 나누며 화제가 이어진 것이다.

국내에서는 '살목지'가 먼저 극장 호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4월 8일 개봉한 '살목지'는 324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크게 넘어섰다. 공포영화가 극장가 비수기로 불리는 4월에 이 같은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띄는 결과였다.

'살목지'의 관람 반응은 짧고 즉각적이었다. 온라인에는 "팝콘을 쏟았다"는 후기와 함께 관람 직후 심박수를 캡처한 인증이 이어졌다. 정교한 평론보다 팝콘 사진과 심박수 숫자가 먼저 퍼졌고 공포 체험은 하나의 놀이처럼 소비됐다. 극장에서 느낀 놀람이 온라인 인증으로 옮겨가며 영화의 화제성을 키운 셈이다.

이후에는 결말 해석과 관계성 소비가 흥행을 길게 끌고 갔다. 온라인에서는 열린 결말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이어졌고 캐릭터의 심리와 관계성을 파고드는 반응도 늘었다. '무서웠다'는 1차 반응이 관람을 부추겼다면, 해석과 분석은 영화를 더 오래 붙잡게 만들었다. 공포 체험으로 시작한 관람이 온라인 놀이와 N차 관람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젠지 세대가 호러영화를 소비하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이들은 영화를 단순히 보고 끝내기보다 자신의 반응을 기록하고 공유한다. 놀란 순간은 짧은 후기와 밈이 되고, 결말은 해석 콘텐츠가 되며 영화 속 공간은 일상에서 다시 발견된다. 공포영화 특유의 체험성이 온라인 확산 방식과 맞물리면서 극장 관람의 이유가 다시 생겨난 것이다.
6월 출격하는 공포영화 사진각 영화 포스터
6월 출격하는 공포영화 [사진=각 영화 포스터]

극장가도 이 흐름을 이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6월에는 '백룸'에 이어 호러·스릴러 신작들이 잇따라 관객을 만난다. 안드레 외브레달 감독의 신작 '패신저'는 외딴 도로와 캠핑카를 배경으로 한 초자연 로드 호러다. '살목지'의 '로드뷰 귀신'을 잇는 고속도로 귀신이라는 콘셉트로 익숙한 공간에서 시작되는 공포를 앞세운다.

신민아 주연의 '눈동자'도 6월 극장가에 합류한다.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서진이 쌍둥이 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신민아가 사진작가 서진과 의문의 죽음을 맞은 쌍둥이 동생 서인을 1인 2역으로 소화하며 스릴러 퀸의 귀환을 예고한다. 시각을 잃어간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영상과 사운드의 긴장감을 강조한 점도 관전 포인트다.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K-샤머니즘과 J-호러의 결합을 내세운다. 일본 고베의 폐신사에 답사를 갔던 대학생들이 사라지고, 박수무당 명진이 사건을 파헤치며 악귀와 맞서는 샤머니즘 오컬트 호러다. 김재중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박수무당으로 분해 생애 첫 호러 장르에 도전했고, 공성하가 사건의 중심에 선 유미 역으로 극의 긴장감을 이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들 작품이 모두 공포의 공간을 구체적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패신저'는 고속도로와 캠핑카라는 이동 공간을, '눈동자'는 시야가 좁아지는 감각을,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일본 폐신사와 고베 로케이션을 전면에 둔다. '살목지'의 저수지, '백룸'의 노란 복도처럼 관객이 기억하고 공유할 만한 공간성이 호러 흥행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셈이다.

'살목지'와 '백룸'의 흥행은 최근 호러영화의 소비 방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극장에서 느낀 공포는 온라인 인증과 해석, 패러디로 이어졌고, 그 반응은 다시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6월 극장가에는 '패신저', '눈동자', '신사: 악귀의 속삭임'까지 호러·스릴러 신작들이 잇따라 관객을 만난다. 젠지 관객이 만든 공포 흥행의 흐름이 여름 극장가에서도 이어질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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