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집값 상승 잘 막았고 전세난은 정상화 과정, 동의하십니까?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집값 상승압력을 나름 잘 막았다고 생각한다. 서울은 언제나 부동산 정책이 욕 먹는 곳으로 나쁜 영향보다 좋은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전세난에 대해서 “정상화 과정으로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부동산 상승의 원인”이라며 전세대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세제에 관련해서도 “우리나라 보유세가 낮다. 세금만으로 시장을 잡는 것이 아니라 세제, 금융, 공급을 묶어 한꺼번에 발표하겠고 세제는 7월이 되어야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요약을 하면 현 정부는 지금까지 잘 해왔고 기존 규제 정책기조 그대로 가겠다는 선언이었다. 지방선거 결과를 계기로 부동산 정책 기조가 완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세제 강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융 규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공급 정책을 병행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부는 집값 상승 압력을 억제했다고 평가하지만 체감하는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취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특히 강남권뿐 아니라 마포·성동·동작·광진 등 이른바 준강남권과 한강벨트까지 상승세가 확산됐다.
 
이 대통령 취임 후 1년 서울 아파트 값 누적상승률을 보면 14.73% 상승을 기록했다. 노무현 정부 11.68%, 문재인 정부 9.41%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금리는 그나마 높지만 입주물량 부족과 전월세 불안을 감안하면 남은 4년이 더 걱정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부동산은 핵심 변수였다.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나타난 표심 변화에는 세금 부담과 자산가치 문제에 대한 민감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전월세 시장 불안은 2030의 주거 불안을 자극하며 정치적 변수로 떠올랐다.
 
전세가격 상승을 넘어 전세매물이 실종되는 최악의 전월세난을 정상화라 규정하면서 전세대출을 더 규제하겠다고 하는 순간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부동산 정책 목표는 사라졌고 강남 집값만 잡겠다는 오기만 남았다.
 
세제 논쟁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우리나라 보유세 수준이 낮다고 언급했지만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진다. 국제 비교에서는 보유세 비중이 낮게 나타날 수 있지만 서울 주요 지역 주택 보유자들이 체감하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부담은 상당한 수준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실제로 거래세와 보유세를 합친 전체 부동산세 비중은 2.67%로 영국 3.43%, 캐나다 3.02%에 이어 우리나라가 3위이며 미국, 일본보다 높고 OECD 평균 1.27% 대비 2배 이상이나 높다.
 
통계는 이렇듯 내가 보고 싶고 유리한 것만 가져오면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집값 상승 잘 막았고 전세난이 정상화 과정이라는 말에 수도권 거주자들은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다.
 
서민 주거 안정이 아니라 주식시장의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고, 부동산 자금을 이동시켜 주식시장을 더 부양하고 싶은 마음에 부동산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공급은 열심히 한다고 뚝딱 나오는 것은 아니고 대출은 이미 조일 대로 조였다.
 
결국 향후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정부가 실제로 어떤 카드를 꺼낼 것인가이다. 현재 거론되는 정책 수단은 종합부동산세 강화, 비거주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추가 대출 규제 등이다. 그러나 금융 규제는 이미 상당 수준 시행되고 있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부활한 상황이다. 공급 확대 역시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정책 수단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강 건너 불인 강남 집값이 올랐다고 민심이 이반되고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전세와 월세 매물이 줄고 가격이 올라가 내 앞마당에 불이 났을 때 진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주택 세입자들은 여전히 전세대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정부는 전세대출이 시장 왜곡의 원인이라고 본다. 이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지가 앞으로 부동산 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장이 궁금한 것은 집값을 얼마나 잡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는 질문이다. 정부가 말하는 시장 안정과 국민이 체감하는 주거 안정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된다면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과연 정부는 누구를 위한 종을 울리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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