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석산(산림토석 채취지)의 허가 만료 시기가 다가오면서 복구 대상지가 급증하고 있다. 석산 개발 허가 건수는 800건을 넘었고, 면적은 5000ha를 초과하며, 복구를 위해 예치된 비용만 해도 2조원을 넘는다. 이러한 석산은 국내 골재 수요의 34% 이상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동시에 환경 훼손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다. 현행 산지관리법은 채취가 끝나면 원래 형태의 산지로 복구하는 것이 최선이고 가장 바람직한 마무리라는 원칙 위에 서 있다. 과연 복구가 최선인가?
문제는 복구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활용할 대상은 많아졌는데, 현장은 현행 복구제도를 적용하기에는 맞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 철저히 복구할 대상도 있다. 그렇지만 이미 지형이 완전히 바뀐 땅을 되돌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지 않다. 복구를 마친 뒤 개발을 위해 땅을 다시 파헤칠 경우 이중의 시간과 비용 및 공간적 낭비가 발생한다. 이제는 환경·복구 중심 관점을 뛰어넘어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지역 발전을 위한 ‘활용’ 중심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할 사회적 시점이다.
실제로 석산 개발 종료지는 산업적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이미 형질변경이 완료되어 기반 도로가 갖춰져 있고, 대규모 독립 공간을 확보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신규 부지 개발에 따르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산림 훼손을 예방하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굴착된 공간을 활용하는 위생매립시설, 대규모 유휴부지를 쓰는 신재생에너지 시설, 보안과 넓은 땅이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등이 대표적인 잠재수요로 보인다.
법적·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현행법상 복구 전 산지전용 허가를 받는 경우 복구가 면제된다. 산지전용 허가를 받는 데 최소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며 민간 사업자에게는 문턱이 너무 높다.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채취 허가 시 복구계획서 외에 차기 용도를 담은 ‘산지활용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산지전용 허가에 소요되는 행정 절차 기간을 보장하는 ‘산지복구 유예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물론 복구 면제에 따른 복구비 반환 등 사업자 특혜 논란과 주민 반발 및 환경 안전성 우려는 철저히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사업자가 공동으로 협력·관리하는 SPC(특수목적법인) 구조의 개발 방식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안한다. 사업자의 공익적 기여를 명확히 제도화하고, 공공성과 투명성 및 지역 상생의 원칙을 담보한다면 주민 수용성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국토는 한정되어 있다. 진정한 복구란 단순히 나무 몇 그루를 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바뀐 지형 위에 새로운 사회적 가치와 미래 산업의 기반을 심는 창조적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석산 개발 종료지를 ‘상처가 난 땅’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공간’으로 보는 정책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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