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속도내는 제약] "2년 걸리던 후보물질 발굴이 두 달로"…AI 신약개발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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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인공지능(AI)이 신약개발 현장의 공식을 바꾸고 있다. 수년이 걸리던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수개월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은 물론 전임상과 임상 단계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연구개발(R&D)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은 대표적인 고위험·고비용 산업으로 꼽힌다. 평균 10~15년의 개발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지만 임상 실패율은 90%에 달한다. R&D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AI를 활용할 경우 신약 개발 비용이 3조원에서 6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하고 개발 기간도 12년에서 7년으로 단축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업계가 AI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연구 속도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 신약개발 비용 상당수가 후기 임상 단계에서 발생하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선별하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초고속·디지털화'가 제약산업의 새로운 화두"라며 "전통적으로 2~3년이 걸리던 후보물질 발굴이 AI 시스템을 활용하면 2개월 미만으로 단축되는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도 AI를 현장에 본격 도입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제약업계 최초로 AI 전담 조직을 구성해 비만·당뇨와 항암 분야 연구를 진행 중이다. 회사에 따르면 자체 AI 시스템을 활용해 후보물질 발굴부터 최적화 단계 진입까지 약 2개월이 소요됐다. 항암 분야에서도 활성물질 발굴부터 특허 출원이 가능한 선도물질 확보까지 6개월이 걸렸다. 기존 방식으로는 1~2년 이상 필요했던 과정을 대폭 줄인 사례다.

JW중외제약도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제이웨이브'를 앞세워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서고 있다. AI를 통해 발굴한 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연구는 '2025년도 제2차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됐으며, 제이웨이브를 통해 도출한 경구용 저분자 신약 후보물질 'DDC-02' 역시 2028년 글로벌 다국가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LG화학은 AI를 활용한 항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18일 영국 AI 신약개발 기업 영국 랩-지니어스 테라퓨틱스와 다중항체 항암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공동연구 및 라이선스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기존 5년 이상에서 절반 수준으로 단축하고 전임상 진입 시점을 앞당긴다는 목표다.

AI 신약개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AI를 통해 발굴하거나 설계한 후보물질 가운데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사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의 경우 AI 신약개발의 실질적 성과를 입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AI 기반 신약 개발의 임상적 개념 증명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는 자체 플랫폼 'Pharma.AI'를 활용해 개발한 후보물질 2a상 임상 시험에서의 안전성 및 효능 결과를 보고했으며, 후보물질 선정 과정을 프로젝트당 평균 13개월(최단 9개월) 수준으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은 AI 활용 범위를 후보물질 탐색에서 전임상·임상 단계로 확대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를 활용해 4개 후보물질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후보물질은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GC녹십자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AI-Medicine 신약개발 전 주기 멀티 에이전트 AI 플랫폼 구축 및 실증' 과제의 핵심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AI 에이전트가 협업해 표적 발굴부터 전임상 후보물질 도출까지 수행하는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GC녹십자는 AI 플랫폼이 도출한 후보물질을 실제 실험으로 검증하고 최적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업계에서는 AI가 신약개발 속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R&D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임상 2상, 3상 단계까지 체계를 구축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자체 플랫폼과 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서면서 기술 격차를 좁힐 기회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단순 연구 기간을 줄이는 도구가 아니라 신약개발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구개발 과정에 내재화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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