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가림의 금만세] 고환율에 웃고 우는 은행권…환산손실·자본부담 확대

  • 2분기 들어 평균환율 1490원…외환위기 후 최고

  • FX 수익에도 조달비용 부담 증가

  • 금융권, 비상체계 가동해 위기대응 강화

사진챗GPT
[사진=챗GPT]

원·달러 환율이 2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유례없는 환율 상승에 은행권은 반색과 우려를 동시에 내비치고 있다. 외환 수수료 수익 확대 등 단기 호재도 있지만 환산손실과 자본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월 이후 지난 5일까지 평균 환율은 1490.98원으로 1998년 1분기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환율이 1500원선에 근접하면서 은행권은 수익성보다 건전성 관리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배경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와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 등이 꼽힌다. 여기에 국내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 물량 등 수급 요인이 겹친 가운데 일부 투기적 거래가 더해지며 환율 변동성을 키웠다.

환율 상승은 단기적으로 은행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외환 수수료 이익이 늘어나고 외환(FX) 거래 및 선물·스와프 등 파생상품 거래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외환·파생상품 부문에서도 기회다. 수출입 기업의 환 헤지 수요가 늘면서 파생상품 거래가 확대되는 등 관련 수수료 이익이 증가한다. 달러예금이 불어나며 여유자금이 추가로 확보되는 면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익보다 비용·손실이 크고 늘어난 달러 자산에 높은 환율까지 반영해 자본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도 증가한다. 환율이 빠르게 오를 때는 외환·파생상품 거래나 달러예금 확대 같은 보이는 이익보다 평가손실과 조달비용, 마진 압박, 각종 규제지표 방어 등에 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 크게 누적될 수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진단이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은행권 전체에 100억~120억원 규모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이에 따라 연초 대비 환율 상승분을 감안하면 은행권의 외화환산손실 규모도 상당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대출 사업 부문에 있어서도 환율은 부담 요소다. 은행권은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기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 1분기 말 은행권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2061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35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제조업 대출 증가액이 9조9000억원 이상 늘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환율 급등세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점검하고 대비책을 강구하고자 업권별 간담회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 기업금융 지원과 건전성 관리 강화 등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들도 리스크 관리 수준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보통주자본(CET1)비율,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 등 자본적정성 지표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이익률 지표를 도입했다.

신한은행도 고환율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을 그룹과 자회사별로 작성해 위험가중자산(RWA)을 관리 중이다. 하나은행은 보수적 자산운용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환율 변동에 취약한 차주와 산업군을 중심으로 특별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외화대출 보유 기업을 대상으로 원금 및 할부금 상환을 최대 1년간 연장해주거나 기한부 수입신용장 만기 연장, 외환수수료 우대 등을 통해 수출입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 수익 확대 효과가 일부 있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건전성과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환율 상단을 충분히 열어두고 유동성과 건전성을 방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