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그럼 이번 전쟁의 성격과 협상의 핵심 관건은 무엇인가. 우선 이번 전쟁은 종래의 중동전쟁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1-2차 걸프전쟁, 4차례에 걸친 중동전쟁,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은 서방세계와 이슬람 세계, 기독교-유대교와 이슬람교, 아랍과 이스라엘 간 선악 대결 구도가 비교적 뚜렷했다. 물론 서구가 만들어 놓은 인식의 함정이다. 그런데 이번 전쟁은 정확히 미국과 이스라엘 동맹 축과 글로벌의 대결이었다. 누구도 미국의 이란 침략을 정당화하지 않았으며, 동맹국들을 향한 강도 높은 파병 요구에 어느 한 나라 파병하거나 동참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세계의 미국과 거리두기는 거의 처음이었다. 그 배경은 당연히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무시하고 협상 중인 나라를 전격 침공한 전례 없는 충격 때문이었다. 공동방위를 내세운 서방 군사동맹의 결정체인 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회원국조차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미국의 경제적 제재에도 불구하고 단호하게 동참을 거부했다.
결론적으로 명백히 잘못된 전쟁이 왜 일어나게 되었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유가 급등으로 석유 의존의 글로벌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고, 중동 석유 한 방울도 수입하지 않는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인 미국조차도 에너지 공급망 위기로 물가가 폭등하면서 고통받고 있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도 분명 악재다. 특히 중동 원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서 석유화학 산업이 국가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을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를 설득하여 일으킨 이스라엘만을 위한 잘못된 전쟁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가 이번 전쟁 직전 네타냐후와 트럼프 간 7차례의 정상 회담, 백악관 일부 참모와 미국 정보당국의 전쟁 회의론 보고를 묵살하고 전쟁을 일으킨 배경을 폭로함으로써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대화와 외교적 협상을 통해 문제해결을 해나가는 중에 미국의 손을 빌려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고 이란이라는 잠재적 위협 세력을 제거하려는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우파정권의 무모한 전쟁 드라이브가 불러 온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함께 이란전쟁을 시작했던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공조에 심각한 균열 조짐도 보인다. 핵심 이견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 논의되는 휴전 협상안에 탄도 미사일 개발 제한 문제가 빠져있다는 사실로 알려져 있다. 핵 보유국인 이스라엘로서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받고 있고, 아직 핵 무기 개발단계 이전의 이란 핵 프로그램 페기보다는 극초음속 탄도 미사일이 더 큰 실존적 위협이다. 실제로 2025년 6월 전쟁 기간에도 이란이 수백기의 극초음속 탄도 미사일을 이스라엘 본토로 발사하여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이스라엘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의사에 반해 이란 초토화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하지 않는 배경이다.
그럼 전쟁은 어떻게 마무리 될 것이고, 종전을 위한 핵심 의제는 무엇인가. 협상 타결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호르무즈 해협 자유 항행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 해소가 아니다. 바로 이란의 경제적 출구 문제다, 이번 전쟁으로 이란이 쟁취한 최대 소득은 반체제 민주화 세력을 잠재우고 안정적인 체제유지의 성공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이란 혁명 신정정권에게는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난 해소가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협상 중에 침략을 한 미국에 대해 전쟁배상금을 요구하고, 자신들의 동결자산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두 핵심 의제에 미국이 긍정적인 신호를 주지 않자 급기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후의 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위협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위험한 도박이었다. 이것이 완벽히 성공했다. 글로벌 석유 유통망의 25%를 봉쇄하고 천연가스까지 위협하자 글로벌 경제는 휘청대고, 세계 최강의 미국 해군력도 호르무즈 작전에서는 허점을 드러냈다. 수백년 동안 관리해 오고, 47년간 미국의 고강도 제재를 버티며 철저히 준비해 왔던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에 미국이 적확하게 대응하기는 어려웠다. 그러자 미국도 역봉쇄를 통해 이란의 원유 생명선까지 차단하는 ‘이판사판’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란을 압박하여 협상에 임하게 하는 실효적 효과는 어느 정도 가져오고 있지만, 세계의 아우성을 견디기 어렵게 되었다.
이란에게 호르무즈 해협 통제는 재정 확보를 위한 협상 전략에 불과하다. 전쟁배상금, 동결자산 해제 문제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미국이 전쟁배상금 지급에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첨예한 협상 의제는 이란의 경제적 숨통 터주기다. 1차적으로 카타르가 보유하고 있는 이란 수출대금 240억 달러(약 36조원)의 동결 해제가 관건이다. 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협상이 계속 고착 상태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이 자금을 해제하면 우선적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월급을 지불해야 하고, 필요한 무기를 구입할 것이고, 경제적 여건이 개선되어 전쟁 회복이 빨라지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미국 우파와 이스라엘의 반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란의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자신들의 돈을 자기가 받겠다는 동결자산 해제만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쉽게 해결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60% 농축 핵물질 처리 문제와 핵 프로그램 허용 범위와 통제 문제 등은 유연하게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핵무기 포기선언과 그에 상응하는 핵 프로그램 폐기라는 전제가 있어야 경제 제재 완화와 동결 자산 해제를 논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에서 후퇴하면서 양국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이란도 6월 중에 예정된 종교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국가 장례식을 치러야 하고 그즈음 아들 모즈타바가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서 협상 타결이 어느 때보다 간절해 보인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양측 모두 상호 공격 중단과 종전 협의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의 걸림돌도 역시 이스라엘의 의도된 레바논 침공 격화였다.
이스라엘은 이란 전쟁에 온 세상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틈을 타서 가자 지구에 대한 학살전쟁을 계속하는 한편,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가 들어설 예정인 서안지구에 대한 유대인 정착촌 확대와 완전 통제를 더욱 가속화했다. 나아가 이웃 레바논 헤지볼라 궤멸을 위해 지상군을 진입시켜 사실상 리타니 강 이남의 레바논 영토 20% 정도를 점령한 상태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임박하던 시점에 이스라엘은 이란이 생각한 레드라인을 넘어 리타니 강 북쪽의 보포르 요새(현지명: 칼라아트 알 샤키프)를 점령하고 이스라엘 국기를 꽂았다. 해발 700m에 있는 보포르 성채는 레바논 남부는 물론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지방까지 조망권에 둔 전략적 요충지로서 중세 십자군 전쟁 때부터 치열한 공방전의 목표가 되어 왔던 곳이다. 보포르 요새 점령은 북쪽으로 60㎞ 지점에 있는 수도 베이루트까지 손쉽게 진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란의 중동 전략에서는 뼈아픈 타격이다. 이란이 레바논 휴전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안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이유다. 이스라엘과 이란과의 직접 교전은 미국의 강력한 경고로 일단 자제되는 분위기이지만 이번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은 이란전쟁이 장기화로 갈 수 있다는 그간의 우려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 사건이었다.
필자 주요이력
▷한국외대 ▷터키 이스탄불대학 역사학 박사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 ▷한국튀르키예친선협회 사무총장 ▷중앙아시아연구원(UNESCO-IICAS) 학술위원(한국대표) ▷성공회대 석좌교수 ▷이슬람문화연구소 소장 ▷국내외 저서 90여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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