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아의 산업예보] 정유사 손실에 주유소 불만까지...정부發 최고가격제 파장 확산

  • 정부 "6월 중 최고액 정산위위원회 발족 예정"

  • 최고가격제에 고환율까지…정유사 수익성 압박

  • SK 지원책만 부각…타 주유소 "가격 경쟁 부담 커"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고환율까지 겹치며 정유사와 주유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 보전 절차에 대비해 원가와 공급가격, 판매 물량 등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정유사가 입은 손실을 사후적으로 산정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 3월 13일 0시부터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최고가격은 정유사의 주유소 및 대리점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하며, 주유소 판매가격은 직접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최고가격은 휘발유 1934원·경유 1923원이다.
 
오늘의 정유업계 짙은 안개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국내 정유 4사의 손실 규모는 주간 기준 5000억원 안팎, 누적 기준으로는 5조원을 훌쩍 넘어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아직 손실 보전 기준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어떤 비용 항목을 원가로 인정할지, 최고가격과 실제 공급가격 간 차액을 어느 범위까지 보전할지, 회계 검증 방식은 어떻게 할지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정유사들도 내부적으로 관련 자료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손실액을 산출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 보전의 원칙·기준을 담은 고시를 마련하고, 6월 중 최고액 정산위위원회를 발족해 정산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7~8월 중에는 정유사의 손실보전 입증 자료를 제출받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손실 보전 절차에 대비해 제반 자료를 준비하고 제출하는 과정은 진행 중"이라면서도 "최고가격제가 시행된지 3달째지만 정부 가이드라인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어떤 기준으로 손실액을 계산해야 할지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부담은 가격 제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달러로 책정되는 구조상 고환율은 정유사 수익성을 추가로 압박하는 변수다. 원유 도입과 석유제품 가격 산정 과정에서 달러 기준 가격을 원화로 환산해야 하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원가 부담도 커진다. 가격 통제 부담에 더해진 악재다.
 
오늘의 주유업계 비바람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
주유소 현장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고가격제의 직접 적용 대상은 정유사 공급가격이지만, 소비자 가격 안정 압박은 주유소 현장에도 이어지고 있다. 판매가격을 쉽게 올리기 어려운 가운데 재고 손실, 카드 수수료,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이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특히 SK에너지 계열 주유소에 대한 지원책이 먼저 부각되면서 다른 정유사 계열 주유소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나머지 3사(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지원책을 검토중이거나 시행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주유소의 원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한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별 지원 여부에 따라 같은 지역 안에서도 가격 경쟁력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며 “가격 안정 정책에 따른 부담은 업계 전반이 함께 지고 있는 만큼 특정 정유사 계열에만 지원이 쏠리는 구조가 되면 현장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최고액정산위원회를 통해 정유사 손실 보전 규모를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정산 기준과 시점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정유사와 주유소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 장기화에 따른 손실 보전 논의가 정유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주유소 현장의 부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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