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케이블TV 사업자인 LG헬로비전 가입자들은 ‘스포티비(SPOTV)’ 계열 채널들을 볼 수 없게 된다.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했던 스포티비 측 안을 LG헬로비전이 거절하자 스포티비가 아예 공급을 끊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청자로선 당혹스럽다. 야구도, 축구도, 골프도 못 본다. LG헬로비전은 가입자 이탈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스포티비 역시 플랫폼 하나의 수익이 통째로 사라지는 셈이어서 좋을 것이 없다.
실시간 채널 송출 중단, 이른바 '블랙아웃' 사태는 이렇듯 누구나 패자다. 손해가 뻔한데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단순한 사용료 협상 결렬이 아니다. 오랫동안 진행된 구조적 모순이 가져온 재앙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주장은 단호하다. OTT 확산으로 유료방송 가입자가 줄고 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PP들이 요구하는 사용료는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케이블TV는 매출 대비 PP 지급률이 90%에 육박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렇다면 PP들의 입장은 어떨까. 늘어난 제작비로 인해 플랫폼에서 얻는 사용료로는 회사를 유지하기 어렵다. 광고 시장도 얼어붙었다. 케이블TV, IPTV에서 지급하는 대가는 턱없이 낮다. 넷플릭스나 디즈니에 프로그램을 판매해 제작비라도 건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첨예한 양측의 이해관계 속에서 합의점을 찾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플랫폼과 PP 모두 정부가 중심을 잡고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요구해왔다.
시장의 혼란을 막고 플랫폼과 PP들이 한발씩 물러설 수 있도록 정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대가 산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수년째 요청했지만 매번 뒷전이었다. 과거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규제 권한이 쪼개져 있던 시절부터 정부는 연구반을 꾸리고 여러 차례 초안만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사업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이유로 최종안은 차일피일 미뤄왔다. 여기에 더해 '시장 자율'이라는 부처 간 기조까지 더해지며 갈등을 봉합하는 대신 긴 정책 공백이라는 부작용만 남겨왔다. 결국 시청자들만 볼 권리를 침해당하는 피해자가 됐다. 이번 사례가 사용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다른 PP와 플랫폼 간 연쇄적인 송출 중단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모두가 이런 사태를 우려하는데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전체 가입자 수는 3615만명 수준이다. 유료방송 가입자가 많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가구 단위 수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 중 케이블TV는 1194만명, LG헬로비전 가입자는 339만명에 달한다.
잠깐의 방임이 수백만 명, 더 나아가 수천만 명에 달하는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흩어져 있던 유료방송 정책과 인허가권을 하나로 통합해 공정하고 효율적인 미디어 환경을 만들겠다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가 출범했다. 출범 6개월 동안 정쟁의 도구로 사용됐고 이제 정상화한 지 2개월 됐다.
수습해야 할 일이 많다. 더 이상 임시봉합식 대처는 통하지 않는다. 플랫폼의 매출 구조 변화와 PP의 제작비 현실을 정밀하게 반영해 양측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콘텐츠 가치 평가 기준 모델을 한시바삐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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