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결제 시장의 경쟁 축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카드 결제는 소비자가 직접 앱이나 쇼핑몰을 오가며 상품을 찾고 혜택을 비교한 뒤 결제창에서 카드를 선택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확산되면서 앞으로는 AI가 소비자의 요구와 소비 성향을 파악해 상품 탐색부터 추천, 결제까지 대신 연결하는 방식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이른바 ‘에이전트 페이(Agent Pay)’로 불린다. 고객이 여러 화면을 이동하며 클릭하는 대신 AI 에이전트가 결제 과정의 앞단에서 사용자의 선택을 돕고 필요한 경우 결제까지 이어주는 구조다.
이청재 KB국민카드 AI센터장은 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향후 카드 결제 시장은 스테이블코인, 에이전트 페이 등 새로운 결제 환경 등장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에이전트 페이 기반의 다양한 결제 프로토콜이 등장하고 표준화되는 과정에서 이를 빠르게 수용하고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결제 환경이 고객이 여러 화면을 직접 클릭하는 방식보다 AI 에이전트가 탐색과 추천, 결제까지 연결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결제가 ‘클릭’보다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간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지금은 사용자가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직접 상품을 찾고, 혜택을 비교하고, 결제창으로 이동해 결제를 마치는 구조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용자가 여러 화면을 클릭하며 이동하는 것보다 AI 에이전트가 그 안에서 완결성 있게 해결하는 방식이 중요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쇼핑 에이전트가 상품을 검색하고 추천한 뒤 결제까지 채팅창 안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AI 시대의 페이먼트, 즉 에이전트 페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가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클릭하는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안에서 탐색과 추천, 결제가 이어지는 구조다.”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결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300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고, 금융권에서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법·제도 정비와 금융소비자 보호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 자금세탁방지, 가격 안정성, 책임 소재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KB국민카드도 디지털자산과 카드 결제 인프라를 연계한 하이브리드 결제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연계 하이브리드 결제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시작으로 아발란체, 오픈에셋, 솔라나, 안랩블록체인컴퍼니 등과 협력해 다양한 인프라 환경에서 결제 모델의 적용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특정 서비스 출시를 전제로 한다기보다는 제도와 시장 변화에 대비해 기술적 가능성을 점검하는 단계로 보면 된다.”
-AI 에이전트가 실제 고객 경험을 바꾸는 영역은 어디인가.
“고객의 기대치는 이미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같은 서비스에 맞춰져 있다. 이런 서비스를 능가하는 체감을 주기는 쉽지 않다. 다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고객 상담이 대표적이다. 상담 영역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상담 시간이 줄어들고 답변 품질과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 KB Pay 같은 디지털 채널에서도 개인화 추천을 강화할 수 있다. 고객의 소비 패턴에 맞는 카드와 예상 혜택을 추천하고, 앞으로는 생성형 AI를 통해 추천 근거까지 설명하는 방식으로 고도화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AI 에이전트를 통해 지난 1년간 1억7600만건, 총 7300만 달러가 결제됐다.”
-AI 에이전트 기반 결제 환경에 대응하려면 카드사 내부 시스템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AI 에이전트가 탐색과 추천, 결제까지 연결하려면 내부 업무 에이전트들도 함께 작동해야 한다. 고객 상담, 업무 매뉴얼, 데이터 조회·분석, 마케팅 지원 등 여러 에이전트를 하나의 체계 안에서 연결하고 조율하는 구조가 결국 슈퍼 에이전트다. 중요한 것은 에이전트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 이들이 실제 업무와 결제 흐름 안에서 잘 작동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KB국민카드뿐 아니라 KB금융그룹 차원에서도 각 계열사의 에이전트를 어떻게 연결하고 운영할지 고민하고 있다.”
-금융권은 망분리나 개인정보 보호 등 보안 규제가 엄격하다. 보안과 AI 활용을 어떻게 함께 가져가야 하나.
“금융권은 망분리와 데이터 활용 제한으로 인해 일반 산업처럼 생성형 AI를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환경이다. 외부에서 온 입장에서 보면 모델 개발보다 규제 환경 안에서 이를 실제 활용 가능하게 만드는 인프라 설계가 훨씬 더 어렵다. 하지만 무조건 막는 방식의 폐쇄적인 환경은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사람 몸이 너무 청정한 환경에만 머물다 감염되면 더 위험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보안을 지키면서도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보안과 활용이 동시에 가능한 구조를 전사 AX 인프라 차원에서 구축하고, 그 안에서 운영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 금융 AI 혁신의 핵심이다.”
-결국 카드사의 미래 경쟁력은 어디에서 갈린다고 보나.
“AI를 전제로 업무와 서비스를 설계하는 구조로 얼마나 빨리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결제 환경은 스테이블코인, 에이전트 페이 등으로 바뀔 수 있고 고객 접점도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려면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를 하나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AI 에이전트가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결제까지 연결하려면 고객 데이터, 상품 정보, 혜택 구조, 결제 API, 내부 업무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결국 데이터, API, 업무 프로세스, 보안 체계까지 연결된 AX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기업이 변화하는 결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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