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투표율과 관련해 이런 속설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이 유리하고, 투표율이 낮으면 국민의힘이 유리하다는 통념이 그것이다. 이러한 속설은 과거에는 일정 부분 타당한 측면이 있었다. 과거에는 2030세대가 대체로 진보 성향을 띠었지만 이들은 투표를 잘 하지 않아서, 이들 세대가 투표에 적극 참여할수록 전체 투표율이 상승해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2030세대의 정치 성향이 보수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들 세대의 이념 성향 변화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 자체 정례 여론조사 4월 통합본(매주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세부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2030세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전(全) 세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70대 이상보다도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역시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 2030세대의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또한 다른 세대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4050세대는 정반대의 성향을 보인다. 4월 한 달간 민주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세대는 4050세대로, 40대의 61%, 50대의 63%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세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40대 81%, 50대 82%로, ‘경이로운’ 수준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처럼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2030세대와 4050세대 간의 이념적 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투표율 상승이, 낮은 참여율을 보이던 2030세대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유사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들 세대의 정치 성향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아지면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통설은 더 이상 맞는 분석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030세대의 투표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20대 전반의 평균 투표율은 42.71%, 20대 후반은 35.88%였다. 30대 전반의 역대 지방선거 평균 투표율은 40.46%, 30대 후반은 48.16%였다. 반면 40대의 평균 투표율은 54.59%, 50대는 64.81%로 현저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세대별 유권자 분포도 투표율 못지않게 중요하다. 2030세대는 전체 유권자의 28%를 차지하는 반면, 4050세대는 36.8%를 차지한다. 역대 지방선거 평균 투표율과 유권자 세대 분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2030세대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투표하지 않는 한, 보수 진영에 유리한 선거 환경이 조성되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2030세대가 예년보다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 성과급 문제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고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삼성전자 노사 협의 과정에 정부 당국자가 관여했다는 점에서, 박탈감에서 비롯된 이들 세대의 불만이 여당을 향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사전 투표가 마무리됐다. 지방선거에 사전 투표제가 최초 도입된 2014년의 사전 투표율은 11.49%였고, 2018년은 20.14%, 2022년은 20.62%를 각각 기록했다. 사전 투표율이 처음 20%를 넘어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으나, 당시 선거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라는 특수한 정치적 맥락 속에서 치러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2018년보다 높은 사전 투표율을 기록한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이는 사전 투표율의 높고 낮음이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곧바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분명한 것은 보수층이 사전 투표를 상대적으로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SBS가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실시한 서울·부산 여론조사(서울 거주 18세 이상 802명과 부산 거주 18세 이상 804명을 대상으로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전화 면접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서울 거주 민주당 지지층의 61%가 사전 투표 의향을 밝힌 반면, 본 투표일 투표 의향은 35%에 그쳤다. 반대로 국민의힘 지지층은 17%만이 사전 투표 의향을 표명했고, 81%가 본투표일 투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확인된다. 민주당 지지층의 48%가 사전 투표 의향을 밝힌 반면, 47%는 본투표일 투표를 선택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층은 14%만이 사전 투표 의향을 보였고, 82%가 본투표일 투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는 투표 방식 선택에서조차 진보·보수 진영 간에 뚜렷한 차이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이번 사전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23.51%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가 궁금해진다. 우선 지적해야 할 것은 사전 투표율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최종 투표율도 높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사전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2022년의 경우, 최종 투표율은 50.9%에 머물렀다. 이는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 또한 사전 투표와 본투표 간의 선택은, 이미 투표할 의향이 있는 유권자들이, 편의에 따라 시기를 결정하는 문제에 불과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높은 사전 투표율이 원래 투표 의향이 없던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이끌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사전 투표율이 높고 낮음을 가지고 선거 결과를 예측해서는 곤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중심으로 보면, 세대별 투표율의 분포에 주목하는 것이 선거 결과 예측에 있어 훨씬 유의미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최종 투표율이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를 경신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흔히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정치가 고정된 공식이 아니라 변화하는 현실적 존재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과정이 바로 선거다. 그래서 우리는 선거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고, 그만큼 선거 결과가 궁금한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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