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대신 공정가액"…합병시장 판 바뀌나

  • 정무위 통과한 합병가액 개정안, 하반기 논의 전망

  • 주가 대신 기업 본질가치 반영하는 방식으로 전환

  • 평가기관 독립성·투명성도 핵심 쟁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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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제미나이]

상장사 합병 시 ‘공정가액’을 적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하반기 국회 논의의 핵심 자본시장 법안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판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평균주가 중심의 합병가액 산정 체계가 자산가치·수익가치·미래 성장성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상장사들의 구조개편과 합병 전략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고, 하반기 원 구성 이후 본회의 처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에서는 해당 법안을 자본시장 관련 주요 입법 과제 중 하나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개정안은 상장사 합병가액 산정 시 기존 시장가격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미래현금흐름, 성장성 등을 종합 반영한 ‘공정가액’을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외부평가기관 책임과 이사회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상장사 합병비율은 일정 기간 평균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시장가격이라는 객관적 지표를 활용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시장에서는 저평가된 주가를 활용해 대주주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합병비율을 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시장가격이 곧 공정가격은 아니라는 문제의식이 확산했다. 2024년에는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 과정에서도 특정 계열사 고평가·저평가 논란이 불거지며 합병비율 산정 방식에 대한 비판이 다시 커졌다

최근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 권익 보호 요구가 강화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21일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신세계푸드는 합병가액 논란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기존보다 약 30% 높이는 보완책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단순히 법상 시장가격만 적용해서는 주주들을 설득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면서 합병 과정에서 가격 산정의 정당성과 절차적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잦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합병시장에서는 가격 자체뿐 아니라 평가기관의 독립성과 절차 투명성까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제도 변화에 따른 부담 확대를 우려한다. 공정가액 산정 과정에서 다양한 가치평가 요소가 반영되면 합병 절차가 복잡해지고 일정도 길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송 리스크 역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주사 전환이나 계열사 재편, 승계 작업 등을 추진 중인 기업들의 경우 구조개편 전략 전반을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투자자와 학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국내 자본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대주주 중심 합병 논란을 줄이고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법상 산식에 맞춰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왜 그 가격이 공정한지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법안이 시행될 경우 합병을 추진하는 상장사들의 고민도 훨씬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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