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미국·이란 협상에 드리운 북핵의 그림자

 

26일현지시간 한 이란 여성이 국영TV에서 방송되는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메시지를 시청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한 이란 여성이 국영TV에서 방송되는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메시지를 시청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3개월 가까이 전 세계를 뒤흔든 끝에 출구의 빛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현재 양국은 중재국 카타르에서 60일 휴전 연장,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미국의 이란 동결 자금 해제 등 핵심 안건을 놓고 합의문 작성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전날 미군이 이란 남부에 '자위적' 타격을 가하면서 결렬 우려가 다시 불거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협상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분위기는 분명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농축 우라늄에 대해 이란 혹은 제3국에서의 폐기를 허용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분쟁 종식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최소한 전면 충돌에서 외교적 해법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만으로도 국제사회는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가 현재 100달러 아래로 내려온 것도 시장 내 낙관론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섣불리 낙관하기는 이르다. 핵 폐기의 검증 방식과 이행 시간표를 놓고 언제든 협상이 삐걱거릴 수 있고, 이란 내 강경파는 어떤 형태의 양보도 굴복으로 규정하며 협상을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남아 있다.

역사는 미·이란 협상의 험난한 전례를 기억한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공들여 체결한 이란 핵합의(JCPOA)는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일방적 탈퇴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란이 미국의 약속을 쉽게 믿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핵 포기 선언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원을 받은 반군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지도자의 기억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이란 지도부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을 것이다. 핵 포기가 곧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 그것이 이란이 끝까지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진짜 이유다.

여기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북핵 문제이다. 이란과 북한은 핵을 체제 생존의 최후 보루로 삼는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카다피의 교훈을 가장 뼈저리게 새긴 나라가 북한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후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현재는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물론 이란과 북한의 차이도 있다. 이란은 아직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반면 북한은 버티기와 도발을 반복하며 핵 능력을 키워왔고, 그 전략이 유효했음을 증명해 왔다. 이란이 전쟁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서야 협상에 나선 것과 달리, 북한은 핵을 쥔 채 협상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그럼에도 북한 입장에서 이번 미·이란 협상은 매우 중요한 관찰 대상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군사 압박과 제재를 통해 결국 이란의 핵 포기를 이끌어낸다면 북한은 더욱 핵 억지력 강화에 집착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미국이 일정 수준의 제재 완화와 체제 안전 보장을 제공하며 현실적 타협에 나선다면, 북한 역시 향후 협상 가능성을 다시 계산할 여지가 생긴다.

결국 이번 미·이란 핵 협상의 의미는 휴전에만 있지 않다. 국제사회가 핵 개발 국가를 어떻게 다루고, 어떤 방식으로 협상하며, 체제 안전 보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시각에서도 이 협상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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