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만의 프리즘] 스타벅스 사태가 남긴 과제... 이제 시스템으로 답할 차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은 단순한 마케팅 실수를 넘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5·18 민주화운동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사용되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졌고, 결국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섰다. 총수가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머리를 세 번이나 숙인 것은 사안의 무게를 보여준다.

기업 총수가 직접 전면에 나와 고개를 숙인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이다. 문제를 축소하거나 실무진 선에서 봉합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이번 사태는 기업 내부의 검수 시스템과 조직문화에 적지 않은 허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제의 문구는 여러 단계의 결재를 거쳤음에도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승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첨부 파일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실수라기보다 조직 전체의 감수성과 책임 의식이 무뎌졌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근 기업 마케팅은 짧고 강한 화제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SNS 환경 속에서 자극적인 문구와 밈(meme), 패러디를 활용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감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언어유희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처와 기억 왜곡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히 스타벅스처럼 국민 생활과 밀접한 브랜드는 단순한 커피업체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플랫폼에 가깝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의 기준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

신세계그룹이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단순히 관련자를 문책하는 선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역사·사회적 민감성을 검토할 수 있는 다층적인 검수 체계를 만들고, 조직 내부에서 “이 표현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자유롭게 제기될 수 있는 문화부터 정착시켜야 한다.

기업의 위기는 무감각과 침묵 속에서 커진다. 빠른 실행과 바이럴 효과만 강조하다 보면 결국 기본적인 상식을 놓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진짜 보고 싶은 것도 사과문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시스템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변화의 모습일 것이다.

다만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태도 역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를 곧바로 진영 논리와 연결시키는 모습이 이어졌다. 특정 정치세력의 의도가 있었는지, 기업의 정치적 성향이 어떠한지 등을 두고 해석이 난무했고, 일부에서는 음모론에 가까운 주장까지 등장했다.

물론 5·18 민주화운동은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역사다. 사회적 비판과 문제 제기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의 부주의와 검수 실패를 비판하는 것과 이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건의 본질은 기업의 감수성 부족과 시스템 실패에 있다. 이를 지나친 진영 대결로 몰고 갈 경우 오히려 사회적 갈등과 피로감만 키울 수 있다.

특히 일부 온라인 공간에서는 스타벅스 이용자나 매장 직원들을 향한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직원들은 논란의 책임 당사자가 아니다. 본사의 실수를 일선 직원들에게 돌리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이번 논란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에 ‘기본의 중요성’을 다시 묻고 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과 역사 인식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고, 정치권은 사회적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지 않는 절제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소비자 역시 비판과 혐오를 구분하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신뢰는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이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이번 논란은 스타벅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통기업 전반에 던지는 경종이기도 하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논란을 단순한 위기관리 차원이 아니라 조직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용진 회장의 사과는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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