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노동시장] 억대 성과급 요구 vs 최저임금 줄다리기… 한 지붕 두 현실

  • 26일 최임위 2차 전원회의...내년 최저임금 심의 본격화

  • 삼성전자 이어 현대차·카카오 성과급 파업 전운

  •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고착화..."노동시장 양극화 부작용 우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5월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5월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노동시장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 임금 현실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대기업 노조가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한편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시급 인상을 두고 생존을 건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노동시장 안에서도 임금 협상의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면서 ‘이중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금 결정 메커니즘이 계층별로 완전히 분리되면서 노동시장 내 균열이 점차 깊어지는 모습이다.

25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26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착수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전년 대비 2.9%(290원) 인상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반영된 1998년(2.7%)을 제외하면 사실상 역대 최저 수준이다. 고물가 상황에서 실질임금이 줄어든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노동계는 생존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첫 회의에서 “지난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매우 낮았다”며 “저임금 노동자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생존을 보장할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는 경기 둔화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신중론을 펴고 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대내외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동결조차 현장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업종별 구분 적용 필요성도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사가 본격 협상에 들어가면서 다음 달 초에는 최초 요구안이 제시될 전망이다. 여기에 배달라이더·택배기사 등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적용 여부와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올해 협상은 예년보다 훨씬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 같은 ‘생존형 협상’이 진행되는 동시에 대기업에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임금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 부문 특별성과급 배분 방식 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 직전까지 갔고,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기본급 인상과 함께 ‘순이익의 30% 수준 성과급 지급’을 요구안에 담았다. 카카오 노조 또한 협상 결렬 시 창사 이후 첫 파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 노조가 타사 사례를 기준 삼아 요구 수준을 끌어올리는 ‘성과급 경쟁’이 확산하면서 노동시장 내부의 간극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같은 시기에 한쪽에서는 생존을 위한 몇백 원 인상을 놓고 다투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천만 원 단위 성과급을 둘러싼 협상이 이어지는 구조다.

이 격차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경총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대기업 정규직 비중은 11.9%에 불과하고 나머지 88.1%는 중소기업·비정규직 영역에 속한다. 지난해 기준 대기업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57.7에 그쳤다.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단순한 ‘차이’를 넘어 구조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임금·성과급 인상 효과가 협력업체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는 가운데 오히려 납품단가 압박으로 이어지면서 협력사 근로자 처우 개선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대기업의 보상 확대가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 정체로 이어지는 ‘역전된 파급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이는 노동시장 분절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책 연구기관들도 이러한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및 고용 안정성 격차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과 사회적 이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을 ‘임금 결정 구조의 이원화’로 진단한다. 한 전문가는 “최저임금 협상과 대기업 성과급 갈등이 동시에 격화되는 현상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균열이 그만큼 깊어졌다는 신호”라며 “사회적 합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중심의 성과급 투쟁이 중소기업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며 여론을 냉각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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