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5·18 왜곡 반복되는 정치권, 역사 앞에 최소한의 책임 져야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어느덧 46주년을 맞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역사 왜곡과 폄훼가 반복되고 있다. 국가가 이미 법과 제도로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확정했고, 대법원 판결과 진상규명 조사까지 이뤄졌음에도 극단적 주장과 정치적 이용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의 비극적 역사를 두고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조차 흔들리는 현실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5·18은 더 이상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아니다. 1980년 5월 신군부의 비상계엄 확대와 무력 진압 과정에서 시민들이 희생됐고,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방향을 바꾼 결정적 사건이었다는 점은 이미 역사적·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됐고, 헌법 전문 수록 논의까지 이어질 만큼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선거철만 되면 일부 정치권에서는 5·18을 정략적으로 소비하거나 왜곡 논란을 되풀이한다. 극단 세력을 의식한 발언이 나오고,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이 다시 등장하며, 희생자와 유가족의 상처를 건드리는 언행도 이어진다. 정치권이 역사 문제를 사회 통합이 아니라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왜곡이 단순한 말실수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세대 간 인식 충돌을 확대하며, 사회 전체의 공적 기준을 흔든다. 특히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극적 주장들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정치인의 무책임한 언행은 훨씬 큰 파급력을 가진다. 공인의 말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다. 더욱이 국회의원과 정당 지도부의 발언은 국민 통합과 민주주의 가치 수호라는 무거운 책임 위에 존재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치권이 역사 문제를 두고도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상대 진영의 왜곡에는 격렬히 반응하면서도 자기편의 부적절한 언행에는 침묵하거나 축소하려는 모습이 반복된다. 역사 문제만큼은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흔드는 왜곡과 폄훼에 대해서는 정치권 전체가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독일은 나치 범죄 부정을 법으로 처벌하고 있으며, 유럽 여러 나라 역시 역사 왜곡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과거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경우 민주주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험 때문이다. 한국 역시 5·18 왜곡 처벌법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정치적 계산 속에서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법 이전에 정치권 스스로 역사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보수 정치권은 더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5·18 문제는 한국 보수 정치가 극복해야 할 역사적 과제이기도 하다. 일부 강경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애매한 태도를 반복한다면 중도층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존중하는 건강한 보수라면 역사 왜곡과 선 긋기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 진보 진영 역시 5·18을 특정 진영의 독점적 자산처럼 활용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화의 역사는 특정 정파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역사다.
 
5·18은 단지 광주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 권력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비극을 기억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민주주의의 약속이다. 그 역사 앞에서는 최소한의 책임과 절제가 필요하다. 정치권이 계속해서 왜곡과 정쟁을 반복한다면 상처받는 것은 결국 국민 통합과 민주주의의 신뢰다.
 
역사는 정치의 도구가 아니다. 특히 피로 기록된 민주주의의 역사는 더욱 그렇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5·18을 정쟁의 무대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말하는 정치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8일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8일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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