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순 칼럼] 호르무즈와 대만해협의 '두 먹구름'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


현재 세계 원유 수송로의 길목인 호르무즈에서는 해협 봉쇄라는 전대미문의 현상이 두 달째 지속되고 있다. 국력이 강성할 때 미국은 전 세계 해양을 7개 함대를 투입해 지배하고 관리해 왔다. 그 당시 막강한 소련이라도 미국이 관리하는 해양 수송로를 봉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미국은 이란전에 한때 3개 항모전단을 투입하고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으로 이란 해·공군의 80%를 궤멸시켰다고 장담했다. 지금 초토화된 이란 해군이 틀어막고 있는 이 해협을 미 해군이 뚫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군사력이 이전보다 못하고 미국의 의지가 약화된 사실을 단적으로 방증한다.
 
미국이 항공모함 3개 전단을 좁은 해역에 투입한 것은 미국 해군 역사상 가장 집중적으로 화력을 배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막강한 화력의 항모전단이 이란의 대함 미사일과 모기 고속정 선단을 두려워해서 제대로 기동하지 못하고 있다. 해협 봉쇄로 인하여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가 고유가로 인한 고통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 해군의 무기력함을 보는 우리의 속내는 착잡하다. 왜냐하면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이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나는 일은 언젠가 대만해협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며 원유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 제일 타격을 받는 나라가 우리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봉쇄 해제를 위한 다국적 함대 편성을 제안하고 해협 안에 억류된 배들을 풀어내는 ‘자유 프로젝트(Freedom Project)’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대신 핵잠수함 등을 추가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죽 끓듯이 매일 바뀌는 미국의 전략적 메시지가 아주 혼란스럽고 불명료하다. 이런 메시지는 너무 믿음성이 없고 너무 비전략적이어서 상대를 위협하기는커녕 자국의 신뢰성만 더 떨어뜨리고 있다. 게다가 미 해군이 오히려 역봉쇄를 실시하여 이란에 경제적 타격을 주겠다는데 중국 등 이란에 우호적인 국가 선박은 유유히 해협을 통과하고 있어 거의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해양 질서를 수호해야 할 패권국이 불량국가가 행한 봉쇄를 동일한 조치로 대응하는 것은 하지하책이다. 강도가 행인을 인질로 잡으니 경찰도 인질을 잡고 서로 대치 중인 것과 흡사하다.
 
역사적으로 패권국은 세계의 바다를 지배해왔고 미국도 세계 최강의 해군력으로 해양 수송로를 보호하고 항해자유를 보장하는 책무를 지난 80년간 수행해 왔다. 미국의 국력이 쇠퇴하면서 해외 주둔 미 육군을 철수할 수는 있어도 미 해군의 역량은 마지막까지 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이번 사태로 붕괴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폭이 좁아 작전 해역이 협소하기에 결기를 가지고 해군력을 집중하면 이란의 봉쇄를 해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면 미 해군은 이란의 벌떼 고속정과 드론, 대함 미사일이란 3가지 비대칭 무기에 대한 대응수단이 미흡하여 작전 성공에 자신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미 해군 내에서도 거대 플랫폼 무기체계인 항모전단이 미래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사태를 보면 이란이 보유한 대함 미사일을 두려워하여 미 항모전단 대부분이 사거리 800㎞ 밖에 대기하면서 해협 인근으로 접근하거나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이란전,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둘러싼 대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양측 전력을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미 해군이 이란의 봉쇄도 돌파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간파하고 향후 대만해협 유사시에 이 약점을 활용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이번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대만해협 문제에서 충돌 가능성을 거론하며 미국 측에 강한 공세적 자세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 점령할 가능성은 낮지만 내년에 22차 전당대회가 개최되어 시진핑이 4기 연임을 원한다면 뭔가 치적을 보일 필요가 있다. 게다가 ‘2027년은 인민해방군(PLA) 창건 100주년으로 중국 군부가 보여주기식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만에 대해 중국은 전면 침공전보다는 봉쇄작전을 시행하여 정치적 항복을 받아낼 가능성이 더 크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해결하지 못하는 미 해군이 중 해군의 대만 포위작전을 돌파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봐야 한다(과거 소련의 베를린 봉쇄에 대해 미국이 공수작전으로 맞대응을 했으나 이마저도 시도할지 불투명하고 또 도시가 아니라 국가를 공수작전으로 유지하는 것은 비현실적 옵션이다).

이런 배경하에 대만해협 유사시 상황을 상정해 보면 지금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정말 어려운 숙제가 우리에게 떨어져 있다. 미국은 이미 홀로 세계 경찰 역할을 할 여력도 의지도 없다는 점을 여러 번 밝혔다. 그러니 국제사회, 특히 서방국가들이 연합하여 미국이 맡던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자유 프로젝트‘에 우리더러 동참하라는 요구에 대해 진지한 검토를 해야 한다. 그냥 순간을 모면하자는 미봉책이나 지연책으로 버틸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초기부터 우리에게 동참을 요구해 왔고 나무호 피격 이후에 더욱 노골적으로 한국 해군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에 안규백 국방장관이 방미하여 여러 단계별 참여 의사를 표명하였으나 이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면피용으로 보일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어려울 때 한·미 동맹의 균열을 막고 미군 철수 등 방기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하여 미국 요청을 일정 부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세계 2위 무역 의존국으로 항해자유 확보는 우리 국익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우리 선박이 피격되었고 아직도 억류된 선박 26척의 안전 운항을 위한 군사력 사용 필요성 대두되고 있다. 물론 섣부른 무력 사용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나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도 전략적인 압박은 필요하다.
 
확률은 낮지만 조기 종전도 가능하므로 이란과 양자관계를 적절 수준 관리할 필요는 있으나 나무호 피격 책임까지도 덮으며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득책이 아니다. 게다가 전쟁 장기화 조짐이 있을 시 우리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만 볼 것이 아니라 이후 대만해협 등에 대한 봉쇄 가능성도 염두에 둔 행보를 해야 한다. 우리 해군도 비대칭 전력에 대한 충분한 대비 태세를 갖추고 항해자유 작전에 참여하여 우리 역량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글로벌 강국으로서 응분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에게 주어진 정책적 선택지를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억류된 우리 선박과 선원을 위한 인도적 조치가 필요하니 이들에게 우선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귀국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억류된 우리 선박의 이동 자유를 확보하고 우리의 원유 수송로를 재개하기 위하여 이란과 협상을 하되 나무호 피격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이를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

셋째, 해협 봉쇄가 더 장기화된다면 우리 해군의 파견이 필요하나 한·미 양국이 협력하는 형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굳이 자유 작전에 참여한다면 우리가 짊어질 외교적·군사적 부담을 감안하여 다국적 연합군 결성을 추진하고 이에 우리가 동참해야 한다. EU, 일본, 인도 심지어 중국까지도 해협 장기 봉쇄 시 피해국이므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 문제를 미·이란 간 양자 문제에서 다자 문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장기적으로는 우리 중동 에너지 수입처를 태평양 건너 미국, 캐나다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호르무즈. 말라카, 대만해협까지 수송로 안전이 더욱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호루무즈 해협 항해자유화를 국제공조를 통해 달성하면 향후 대만해협 문제에도 이 방식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 대만에 대해 봉쇄라는 회색지대 전술을 사용하는 데 억제요인이 될 것이다. 중국의 모험주의가 발동하지 않도록 한 나라보다는 이해 관계국이 힘을 모으는 것이 지역 평화 유지와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일이다. 언젠가 우리 선박이 대만해협을 통과할 때 중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날이 온다면 우리는 다시 조공국 지위로 격하될 것이다.
 
이백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독문학과 △주미얀마 대사 △국회의장 외교 특임대사 △주호주 대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