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금융기업가정신=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원칙의 관료'에서 '위험감수 금융'의 시험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한국 금융권에서 가장 전형적인 ‘관리형 엘리트’의 경로를 걸어온 인물이다. 경제 관료로서 금융 정책을 설계하고 위기를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온 그는 질서와 원칙, 규율의 상징에 가까웠다. 그러나 AI와 디지털 전환이 금융의 본질을 바꾸는 지금,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더 이상 관리에 머물지 않는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자본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결정하는 ‘판단’의 능력이 핵심이 됐다. 임종룡은 바로 이 전환의 시험대 위에 올라섰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자본 건전성 강화와 내부통제 복원을 통해 조직의 기초를 다지는 동시에, 80조 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라는 공격적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두 방향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칙을 지키는 리더가 과연 리스크를 감수하는 기업가로 변신할 수 있는가. 임종룡 리더십의 본질은 바로 이 질문에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회장 사진연합뉴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회장 [사진=연합뉴스]

[ 관료 DNA, 안정의 힘이자 혁신의 한계]

임종룡의 리더십은 그의 이력에서 출발한다. 그는 금융 정책의 중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경제 관료다. 금융위원장 시절 그는 시장 안정과 시스템 리스크 통제에 집중했다. 한진해운 사태에서 원칙을 고수하며 파산을 유도한 결정은 그의 리더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시장의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규율을 지키겠다는 선택이었다.
이러한 관료적 DNA는 우리금융 회장으로서 그의 가장 큰 자산이다. 우리금융은 과거 공적자금, 내부통제 실패, 지배구조 논란 등으로 흔들렸던 조직이다. 임종룡은 이 조직에 질서를 부여하는 데 적합한 인물이었다. 실제로 그는 취임 직후 자본 건전성 강화와 내부통제 시스템 복원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 DNA는 동시에 한계이기도 하다. 관료는 리스크를 줄이는 데 최적화된 존재다. 반면 금융 기업가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안정과 혁신은 방향이 다르다.
임종룡은 지금 이 두 방향을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
결국 문제는 변환이다. 관료적 관리 능력이 기업가적 판단 능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가. 이는 단순한 전략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의 본질적 변화다.
 
 
[ CET1 13%, 통제의 승리인가 성장의 제약인가]

임종룡 리더십의 첫 번째 상징적 결정은 자본비율 관리다. 그는 취임 이후 CET1(보통주자본비율) 13% 조기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위험가중자산(RWA) 확대를 강하게 억제했다.
이 결정은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먼저 체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생존은 결국 자본 건전성에 달려 있다. 특히 우리금융처럼 과거의 리스크를 안고 있는 조직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선택은 동시에 비용을 수반했다.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자산을 늘리는 동안 우리은행의 RWA 증가율은 거의 정체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곧 성장의 기회를 스스로 제한한 결과로 이어졌다.

금융에서 자본비율은 안전판이지만 동시에 브레이크다. 너무 낮으면 위험하고, 너무 높으면 기회를 놓친다. 임종룡은 초기에는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았다.
문제는 이후다. 그는 CET1 13%를 달성한 이후 곧바로 방향을 바꿨다. 80조 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공격적 자본 배분에 나섰다.

이 변화는 의미심장하다. 관리에서 판단으로 이동하려는 신호다. 그러나 조직은 이미 보수적으로 재편된 상태다. 브레이크를 밟던 조직이 갑자기 가속 페달을 밟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임종룡 리더십은 ‘속도 전환’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통제에서 성장으로, 관리에서 판단으로의 전환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 80조 생산적 금융, 선언과 실행의 간극]

임종룡은 2030년까지 80조 원을 투입하는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는 우리금융의 전략적 방향을 보여주는 핵심 정책이다.
이 프로젝트의 의미는 명확하다. 금융을 산업 성장의 촉매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AI, 반도체, 첨단 산업 등 미래 영역에 자본을 공급함으로써 경제 구조를 바꾸는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전형적인 ‘판단 금융’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에 자본을 배치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생산적 금융은 본질적으로 실패를 동반한다. 금융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산업이다. 이 구조적 모순이 실행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조직 내부의 변화도 필요하다. 그동안 재무지표 중심으로 평가받던 영업 조직이 산업 이해와 기술 분석 기반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는 단순한 전략 변화가 아니라 인재와 평가 시스템의 변화까지 요구한다.

임종룡의 생산적 금융은 아직 초기 단계다. 방향은 맞지만 속도와 깊이는 부족하다. 선언을 넘어 실제 자본 흐름을 바꾸는 데까지 얼마나 나아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비은행 M&A, 성장의 열쇠인가 또 다른 리스크인가]

임종룡 리더십에서 가장 공격적인 선택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이다. 그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추진하며 우리금융을 종합금융그룹으로 재편하려 했다.
이 전략은 명확하다. 은행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원을 다변화하겠다는 것이다. 금리 변동에 취약한 은행 구조를 보완하려면 증권과 보험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인수는 시작일 뿐이다. 문제는 인수 이후다. 실제로 두 보험사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수익성 저하와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M&A는 단순히 회사를 사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기존 포트폴리오를 해체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은 시간과 비용, 리스크를 동반한다.

임종룡은 과거 농협금융에서 성공적인 M&A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환경이 다르다. 시장은 더 복잡해졌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결국 이 전략은 양날의 검이다. 성공하면 우리금융의 체질이 바뀌지만, 실패하면 부담만 남는다. 지금은 아직 평가가 유보된 상태다.
 
 
[ 내부통제와 글로벌 리스크, 가장 현실적인 시험]

임종룡 리더십의 가장 큰 시험은 내부통제다. 그는 취임 직후 기업문화혁신TF를 만들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인도네시아 법인에서 대규모 신용장 사기 사건이 발생하며 내부통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글로벌 조직 관리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현지 조직의 도덕적 해이, 과도한 외형 성장, 통제 시스템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금융에서 내부통제는 신뢰의 핵심이다. 특히 글로벌 확장이 진행될수록 리스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임종룡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문화다. 시스템은 구축할 수 있지만 문화는 시간이 필요하다.
AI 시대에는 내부통제도 진화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리스크 감지, 실시간 모니터링, 책임 구조의 명확화가 필요하다.

결국 임종룡 리더십의 성패는 이 지점에서 결정된다. 내부통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지 못하면 어떤 전략도 지속될 수 없다.
 
 
[SWOT 분석]

강점(Strength)
 강력한 위기 관리 능력과 정책 경험을 갖춘 리더다. 자본 건전성 강화와 내부통제 복원을 통해 조직의 기초 체력을 빠르게 개선했다. 또한 생산적 금융과 비은행 확장이라는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약점(Weakness)
관료적 리더십은 의사결정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과도한 자본 통제는 성장 기회를 제한했고, 조직의 보수성을 강화했다. 비은행 M&A도 아직 성과로 입증되지 못했다.

기회(Opportunity)
생산적 금융 확대, AI 전환, 비은행 강화는 우리금융의 구조적 성장 기회다. 특히 산업 금융과 기업 금융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위협(Threat)
글로벌 리스크, 내부통제 실패, 수익성 둔화가 주요 위협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사례는 글로벌 확장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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