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정유사 상생협약 한 달...실효성 없어 양측 모두 '답답'

  • 사후정산제 폐지·전속물량 완화...세부 이행 기준 불명확

  • 정치권 주도 협약에도 후속 조율 미흡…'보여주기식 대책' 비판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발표를 앞둔 7일 서울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발표를 앞둔 7일 서울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 안내문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 발 유가 불안 속에서 여당 주도로 체결된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주유소-정유사 사회적 대화 상생협약'이 한 달을 맞았지만 정작 실효성은 도마에 올랐다. 사후정산제 폐지와 전속거래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세부 이행 기준이 여전히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10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다수의 주유소들이 협약 내용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가 안정과 석유 유통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운 대책이 정작 현장엔 적용되지 못한 채 혼선만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9일 체결된 상생협약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기존 전량구매계약을 '60% 이상 구매'를 약정하는 혼합계약으로 변경하는 것과 주유소 측의 가장 큰 불만이던 사후정산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주유소 요청 시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정유업계는 이번 협약이 기존 거래 관행과 비교해 실질적으로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과 비교해 실질적으로 크게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다"며 "사후정산제 역시 원래 선택 사항이었으며 전속계약도 1년 단위로 갱신이 가능한 구조였다"고 말했다.

정유업계가 협약 중 가장 우려하는 항목은 '전속계약 물량 60% 완화'로 인한 문제다. 특정 정유사 상표를 단 주유소에서 타사 물량을 최대 40%까지 판매할 수 있게 될 경우 품질 관리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특정 정유사 로고를 달고 있으면서 타사 물량을 섞은 후 정품·정량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가장 큰 현실적 고민"이라며 "자사 상표를 단 시설인 만큼 마케팅 차원에서 제공하던 각종 유무형의 서비스나 이벤트 혜택을 혼합판매 주유소에도 동일하게 제공해야 할지 등도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협약 체결 자체에는 속도를 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 세부 기준 마련과 안내는 뒤따르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상생 협약 체결 후 관련 내용 이행을 위해 협의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반면 주유소 관계자는 "상생협약이 맺어졌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공문이 온 것도 없어 그냥 언론플레이용 같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협약의 직접 당사자인 주유소조차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유가 안정과 상생을 명분으로 협약 체결이라는 성과만 앞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속물량 완화에 따른 품질 책임 소재, 사후정산제 폐지 이후 정산 기준, 혼합판매 주유소에 대한 브랜드 관리 범위 등 핵심 쟁점이 남아 있지만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후속 조율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주유소 관계자는 "유가 불안 속 민생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에는 공감하지만 실효성이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며 "협약은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그만이니 하루 빨리 현장에 적용되는 대책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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