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은 화물연대 CU 지부가 편의점 배송기사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전국 25개 CU 물류센터 중 경남 CU 진주 물류센터에서 파업하던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CU 편의점 물류의 원청 사업자인 BGF리테일이 교섭에 참여하라는 화물연대 노조의 교섭요구를 BGF리테일 측에 몇 차례 공문을 보냈으나, BGF리테일 측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 규정한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자회사인 BGF로지스와의 계약이지 자사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이 이유다. 현재 편의점 물류는 원청 브랜드 기업에서 물류 자회사, 물류센터 운영사, 아래도급 운송사, 그리고 개인 차주로 이어지는 복층적 공급망으로 구성돼 있다. 겉으로는 단일 브랜드 체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계별로 책임과 비용이 분산된 구조다. 이 과정에서 상위 기업은 비용 절감과 리스크 분산의 이점을 누리지만, 하위 단계로 갈수록 수익은 줄고 노동 강도는 높아지는 '역진적 구조'가 고착화된다.
이 경우 편의점 상위 기업인 BGF리테일과 자회사 BGF로지스는 원가 절감과 리스크 분산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물류센터 운영업체, 하청 운송사, 배송기사, 점주 등 하위 주체들은 비용 절감과 리스크 분산이 어려워 매출 대비 이익이 낮고, 노동 강도와 피로도만 높아지는 구조가 고착된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사고 발생 시 원청자와 1차 하청자의 책임 회피를 쉽게 만든다는 점이다. 다단계 아래도급 체계에서는 사고의 책임이 아래로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번 사건 역시 차량 운전자의 과실 여부를 넘어, 대체 차량 투입 과정에서의 지시 체계와 안전 관리 책임, 교섭 거부로 인한 갈등 격화 등 구조적 요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사용자 측의 실질적 지배력 행사 여부에 대한 규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구조 개혁에 있다. 첫째, 다단계 아래도급 구조를 축소하고 원청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물류의 핵심 기능을 외주화하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교섭과 책임에서 빠지는 구조는 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둘째, 배송 차주에 대한 고용 안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노동3법에서 규정한 노동자의 권리 중 일부를 합의 조건으로 예외조항으로 규정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일정 조건으로 직영 또는 준직영 형태로 전환하고, 영업용 차량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차주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안전운임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대형화물차와 유사하게 소형화물차도 최소한의 운송 수입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 일부 품목에 국한된 제도로는 시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기업 측의 부담 증가와 노사 갈등 확대라는 우려를 동반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구조를 유지하는 한, 비용 절감의 이익은 상위에 집중되고 위험은 하위로 전가되는 불균형은 해소되지 않는다. 일정 부분의 권리 보장과 규제, 그리고 기업의 책임 확대를 맞교환하는 타협이 필요하다.
이제는 선택의 문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국 유통물류 산업이 한 단계 성숙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는 업계와 정부의 대응에 달려 있다. 유통물류 산업 정점에 있는 기업들은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려는 태도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 역시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과 육성에 나서면서도, 건전한 경쟁과 협력을 위해 필요한 규제와 관리·감독을 균형 있게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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