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가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했어요."
6일(현지시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만난 일본관 공동 큐레이터 미즈키 다카하시(Mizuki Takahashi)는 한국관과 일본관이 협업한 퍼포먼스 직후 눈물을 흘리며 이처럼 말했다.
미즈키 다카하시 큐레이터는 과거를 회상했다. "약 10년 전 일본 파빌리온 큐레이터 후보 중 한 분이 제게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어요. 당시 저는 한국의 파빌리온과 전시를 만드는 기획안을 냈죠. 결국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베니스 비엔날레 상설 국가관이 모여 있는 자르디니. 그곳에는 한국관과 일본관이 나란히 자리한다. 그러나 두 국가관 사이에는 마치 국경선처럼 기다란 덤불이 있다. 이 덤불은 언제부터 있었는지 분명치 않다. 일본관도 이 덤불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없앨 수 없다.
경계를 없애는 대신 경계를 넘는 길을 택했다. 이날 한국관 공식 개막 행사에서 펼쳐진 한국관과 일본관의 협력 퍼포먼스는 경계를 넘는 일이 얼마나 쉽고 즐거운 일인지를 보여 줬다.
일본관 공동 큐레이터 리사 호리카와(Lisa Horikawa), 미즈키 타카하시 그리고 참여 작가 에이 아라카와-내시(Ei Arakawa Nash)는 덤불을 훌쩍 넘어 한국관으로 들어왔다. 한국관 감독과 참여 작가들은 이들을 두 팔 벌려 맞이했다. 양국 관계자들은 '간빠이'(건배)를 외치며 잔을 든 뒤 일본어 "오메데또"(축하해요)와 한국어 "축하합니다"를 주고받으며 얼싸안았다.
작품도 경계를 넘었다. 한국관의 최고은 작가의 작업 '메르디앙'은 덤불을 관통해 일본관에 닿았다. 이는 한일 공동 작업으로, 일본관에서 재정적으로 지원했다.
일본관의 아기인형(baby-doll)도 한국관으로 초대됐다. 각각 3.1절과 5.18에 태어난 아기 인형은 두 팔을 활짝 드는 만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최빛나 감독은 이번 협업을 통해 미래 지향적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1995년에 (일본이 과거사와 관련) 첫 공식 사과를 했죠. 이를 부정하고 있진 않지만 애써 잊으려는 듯한 모습이에요. 그런데 어쨌든 일본관 팀이 그 과거사를 인정하고, 한국의 특정한 날을 기념했다는 점에서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일본관이 한국관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점은 매우 인상 깊었다. 일본 측은 일본관 출구에 한국관 포스터를 부착했다. 또 일본관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 15분까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는데, 이 시간 동안 일본관 관계자들은 관람객들에게 "한국관에 가보세요", "오후 4시 30분부터 양국이 함께하는 퍼포먼스가 시작됩니다"라며 한국관을 홍보했다.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양국 협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오늘 퍼포먼스는 정말 의미 있고 뜻깊다"며 "재팬 파운데이션(일본관 커미셔너)과 발전적인 협업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과 도쿄가 서로를 초대하는 등 오늘의 퍼포먼스와 같은 협력을 향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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