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 폭풍전야] 최고가격제 언제까지...정유사·주유소 임계점 임박

  • 공급가 불확실성 확대…주유소 "물량 확보 도박판"

  • 정유 4사 손실 누적 3조 추산…보전 기준 갈등 심화

  • 억눌린 기름값...공급 축소·시장 왜곡 우려 확산

지난 3일 강원도 소재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1964원 경유 1949원에 판매가 이뤄지자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신지아 기자
지난 3일 강원도 소재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 1964원, 경유 1949원에 판매가 이뤄지자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신지아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원유 재고 감소로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면서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계속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정유사 손실과 주유소 수익성 악화가 누적되는 가운데 추가 유가 상승 시 정부의 재정 부담과 함께 업계 반발 역시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주유소와 정유사 모두 공급 물량과 가격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급 가격과 정산 구조가 불안정해지며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유소들은 공급가 변동성과 수익성 악화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다음 최고가격제 구간이 어떻게 정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치 도박판처럼 느껴져 물량을 늘리기도, 줄이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정유사들도 정부가 공급가격 상한을 설정한 가운데 손실 보전 방식과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국내 주요 정유 4사의 손실이 주간 기준 5000억원 안팎, 누적 기준으로는 3조원을 넘어섰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가격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서 손실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손실 보전 기준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 간 입장 차도 뚜렷하다. 정유 업계는 석유제품이 원유에서 여러 제품군을 뽑아내는 '연산품' 생산 방식이라 개별 제품 원가 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실제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손실을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원가 검증 기반의 정산 원칙을 고수하며 과도한 보전으로 인한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가격 조정 과정에서도 시장 가격 신호와 정책 간 괴리가 반복되는 모습이다. 2차 조정에서는 휘발유와 경유 각각 260원, 480원의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실제 인상 폭은 210원으로 제한됐다. 3차 가격 고시 때는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휘발유는 동결되고 경유만 300원 올랐고 4차에서는 인하 요인이 발생했지만 가격은 동결됐다.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되면서 현재까지 억제된 인상 요인은 휘발유 125원, 경유 628원 수준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단기 물가 안정 효과와 별개로 가격 통제가 장기화될 경우 공급 위축과 향후 가격 급등 가능성까지 동시에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정유사 손실과 정부의 재정 부담이 동시에 확대돼 최고가격제 유지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고가격제가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원유가 충분히 들어오지 않으면 주유소도 휘발유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게 되고, 극단적으로는 특정 시간대에만 판매가 이뤄지거나 일부 주유소에 차량이 몰리는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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