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허위 매물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과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근절'을 외치며 단속을 약속하지만 시장의 민낯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적발돼도 잠시 소나기만 피하면 그만이고, 제재를 무력화할 우회 통로는 열려 있기 때문이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 '발품'이 지난 4월 보도한 부동산 허위 매물 현장은 참담했다. 탐사보도팀이 서울 전역의 중개사무소 30곳을 직접 확인한 결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매물을 실제로 볼 수 있었던 곳은 단 9곳에 불과했다. 청년 10명 중 7명은 집을 구하기도 전에 이미 '낚시'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셈이다.
보도가 나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은 여전히 '미끼 매물'이 지배하고 있다. "방금 계약됐다" "융자가 많아 위험하다"는 상투적인 핑계와 함께 고객을 폐쇄적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유도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보도를 통해 상호가 공개된 업체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탐사보도팀이 상호를 공개했던 관악구 일대 이른바 '공장형 부동산'들은 현재도 행정 처분을 비웃듯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수법은 치밀하다. 허위 매물로 업무 정지 처분을 받기 직전 미리 만들어둔 다른 명의의 사무소로 소속 중개보조원 십수 명을 한꺼번에 이동시킨다. 간판만 갈아 끼우고 대표자 이름만 바꾸는 이른바 '좀비 영업' 혹은 '세포 분열'식 꼼수다.
실제 탐사보도팀이 추적한 공인중개사무소 사례는 현장 감독 체계의 무력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행정 처분이 내려지는 속도보다 명의를 세탁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보니 단속은 실효성을 잃은 '사후약방문'에 그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솜방망이 처벌과 느슨한 관리 체계에도 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상 허위 매물 광고에 대한 과태료는 최대 500만원 수준이다. 수백 명의 손님을 낚아 올리는 이들에게 이 금액은 제재가 아니라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비용' 정도로 치부된다.
지자체 대응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 신고가 접수돼야 조치에 나서는 수동적인 구조인 데다 단속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 구청당 담당 공무원 한 명이 공인중개사무소 수백 곳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추적 조사는 불가능에 가깝다. "조치하겠다"는 공허한 약속 뒤에서 업자들은 이미 다음 세탁용 법인을 준비하고 있다.
결국 시장은 정직함 대신 편법을 학습한다. 허위 매물을 올려도 당장 타격이 없고, 적발돼도 형태만 바꾸면 그만이라는 신호가 반복되면서 '낚시 영업'은 일부의 일탈이 아닌 업계의 '뉴노멀'로 굳어지고 있다. 성실하게 영업하는 공인중개사들조차 "허위 매물을 올리지 않으면 손님을 구경조차 할 수 없다"며 악순환의 늪으로 떠밀리는 실정이다.
이 기만적인 구조가 남긴 청구서는 결국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곳인 저렴한 안식처를 갈구하는 청년과 사회 초년생들에게 배달된다. 이들에게 허위 매물은 단순히 시간을 버리는 '헛걸음'이 아니다. 주거권이라는 생존의 마지노선을 볼모로 잡은 기만이자 세상에 대한 신뢰를 첫 페이지부터 구겨버리는 폭력이다.
허위 매물 근절을 위해서는 단순한 '단속'을 넘어 '관리'가 필요하다. 반복 위반 사업자에 대한 이력 추적 체계를 구축하고, 명의 변경과 사업장 이동까지 들여다보는 정밀한 감시망이 작동돼야 한다. 단속을 약속하는 것은 쉽지만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은 집요한 집행의 문제다.
허위 매물이 여전히 시장을 활보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행정의 속도가 업자들의 잔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누군가는 오늘도 존재하지 않는 사진 속 방을 보며 헛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할 실질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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