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군 화천읍과 사내면 오일장.
6·3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달 25일과 28일, 장터 바닥은 한산했다. 노점 사이로 드문드문 오가는 발걸음, 상인들은 “요즘 장날이 체감경기”라며 입을 모았다. 장은 열리지만, 돈은 돌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천 오일장은 5일장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농산물과 생선, 나물이 오가며 생활형 장터 기능은 이어지지만, 현장 분위기는 “유지는 되지만 기능은 무너진 시장”에 가깝다. 군부대 감소와 인구 감소 이후 유동인구가 급감했고, 관광객 유입도 사실상 끊겼다. 사내면 장터는 노점 위주의 소형 장터로, “시장이라기보다 마을 장터 수준”이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상인들의 선거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과 경기 침체가 겹치며 ‘정당’보다 ‘인물’을 보겠다는 흐름이 감지된다.
화천읍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80대 노점상 A씨는 이제는 바꿔야 한다며 변화 요구를 직설적으로 말했다. “군인이다, 공무원이다 많다고는 하는데 다 춘천에서 출퇴근해요. 저녁 되면 썰렁해요. 돈 쓰는 사람이 없어요. 관광객도 줄고, 장사는 계속 나빠지고…. 사람이 없어요, 사람이”
그는 이어 행정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제는 보여주기 행사 말고, 진짜 먹고사는 걸 해결해야죠. 누가 지역경제를 실제로 살릴 수 있느냐 그걸 봐야죠. 솔직히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내면 장터에서 만난 B(67)씨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요즘은 구경하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확 줄었어요. 동네가 점점 없어지는 느낌이에요. 그냥 장터가 아니라 마을 자체가 사라지는 느낌이라니까요”
그는 이번 선거에서의 선택 기준을 분명히 했다. “군부대 줄어든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럼 그 자리에 뭐를 채울 건지 보여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관광이든, 스포츠든, 농업이든… 군에만 의존 안 하는 구조 만들어야죠”
반면 보수 결집 심리는 여전해 정당 선택을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먹거리를 파는 C(76)씨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기 장터는 솔직히 경제적 효과 거의 없어요. 활성화? 쉽지 않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바뀌면 또 처음부터 해야 하는데 그게 쉽나”
그는 결국 기존 지지 정당을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이 잘 못하는 건 맞아요. 근데 ‘미워도 한번 더’ 그런 마음이 있어요. 그래도 익숙한 데 찍게 되는 거죠”
이 같은 발언은 화천이 오랜 기간 보수 정당이 우세했던 지역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화천군수 선거는 역대 대부분 보수 정당이 승리해온 ‘보수 텃밭’으로 평가된다.
사내면에서 순대국집을 운영하는 D(62)씨는 “사람만 오게 하지 말고 돈을 쓰게하는 핵심 요구로 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다. “옛날에는 사창리 장터 엄청 컸어요. 사람도 많고 활기가 넘쳤지. 지금은 그냥 명맥만 유지하는 거예요”
그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을 관광 구조로 꼽았다. “사람이 갑자기 늘지는 않아요. 그럼 있는 관광이라도 제대로 써야죠. 화악산, 계곡 같은 거 제대로 살리고, 사내면까지 관광이 퍼지게 해야죠. 체류형 관광으로 바꿀 사람 뽑아야죠”
옆에 있던 80대 주민 E씨도 거들었다. “군부대 빠지고 나서 더 심해졌어요. 여기 뭐 볼 게 있냐고요. 공무원들이 관심이 없어요. 시골은 사람이 없는데 누굴 상대로 장사해요”
그는 한 가지를 분명히 했다. “이제는 사람만 오게 하는 게 아니라 돈 쓰고 가게 해야죠. 그걸 할 수 있는 군수가 필요해요”
현장에서는 정당보다 인물로 누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느냐라는 공통된 인식이 확인됐다. 정당보다 능력 있는 후보를 보겠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지역경제 회복, 군부대 의존 탈피, 관광 구조 개편을 핵심 기준으로 꼽았다. 특히 “누가 실제로 돈이 돌게 만들 수 있느냐”가 선택의 기준으로 떠올랐다.
한 상인은 이렇게 정리했다.
“이제는 정당 보고 찍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결국 먹고사는 문제잖아요. 누가 살릴 수 있느냐, 그걸 보고 찍어야죠.”
화천 오일장은 지금 지역 경제의 축소판이다. 장터의 침체는 곧 지역의 침체를 보여준다. 여전히 보수 지지층은 견고하지만,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 속에서 변화 요구도 분명히 커지고 있다.
이번 화천군수 선거의 핵심은 단순하다. “정당이 아니라 누가 지역경제를 실제로 살릴 수 있느냐” 오일장 상인들의 선택이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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