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
한국인에게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국가로 인식되어 왔다. 한국과 같이 자유 민주주의를 추구할 뿐 아니라 혈맹인 미국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2차 세계 대전 당시 뼈아픈 역사를 함께 경험했기 때문에 생긴 동병상련의 감정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이나 이란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파괴적이고 때로는 비인도적인 군사작전을 진행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증가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처럼 한국에서도 반이스라엘 정서가 날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이 점은 지난 달 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을 통해서 더욱 겉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 군인이 팔레스타인 소년의 시신을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장면으로 보이는 영상을 공유하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외교부는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의 외교적 마찰은 전면적인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이 대통령 발언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뜨거운 논쟁을 촉발했다. 지지자들은 이를 보편적 인권을 옹호하는 용기 있는 발언으로 평가했다. 일부는 한국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는 걸프 국가들을 의식한 ‘실용적 외교’로 해석하기도 했다. 반면 비판 진영에서는 이 발언이 “무지에서 비롯된 국제적 망신”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처음에는 피해자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떨어진 것으로 오해했던 점을 문제 삼았다. 또한 일부에서는 이 사건을 현대사 최악의 전쟁 범죄로 꼽히는 홀로코스트에 비유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같은 반이스라엘 정서는 미국과의 오랜 동맹에 기반해 외교 노선을 함께해 온 한국의 전통적 입장과는 상충된다. 실제로 많은 보수 성향의 한국인들, 특히 고령층은 이스라엘을 미국과 동일시하며 민주주의와 기독교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 인식한다. 진보 정권의 정책에 반대하는 보수 시위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함께 흔드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대감은 점차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강경한 대외정책을 사실상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에 실망한 젊은 진보층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스라엘은 주변 국가들에 대한 적대적인 외교 및 군사 정책으로 인해 점차 친구를 잃고 있다. 미국의 권위있는 퓨리서치센터가 2025년 24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이스라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호감도는 43개국 중 42개국에서 하락했다. 이러한 하락세는 글로벌 사우스뿐 아니라 유럽 전반에서도 나타났다. 스웨덴, 스페인 등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에 우호적이었던 서유럽 국가들에서도 부정적 인식이 70%를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주목할 변화는 미국 내 여론이다. 최근 퓨 조사에서 미국인의 이스라엘에 대한 비호감도는 5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 비율이 80%에 달했다. (공화당 지지층은 41%) 세대 간 격차도 뚜렷하다. 65세 이상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호감도가 69%에 달하지만 18~29세의 경우는 41%에 불과했다. 미국 내 유대인의 이스라엘 지지도 역시 73%에서 64%로 하락했다. 유대계인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강하게 비판하며 미 군사 지원의 중단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하고 관대한 동맹국이다. 미국은 매년 약 30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누적 지원 규모는 약 3,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경쟁 세력을 견제하는 핵심 축이라는 전략적 이유를 들어 이러한 지원을 정당화한다. 미국 내 강력한 친이스라엘 로비와 공공외교 역시 이러한 지속적 지원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는 막강한 조직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초당적 의회 지지를 이끌어내는 대표적 로비 단체로 꼽힌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한국을 비롯해 안보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관심 깊게 주시해 온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내 이스라엘의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로비 활동에도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을 상대로 한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일반 대중의 여론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전쟁과 갈등의 장면이 영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이스라엘의 파괴적인 군사 행동은 부정적 인식을 증폭시킨다. 이렇게 부정적인 여론이 계속 확산된다면 미국 정부의 지지가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차기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다면 이스라엘의 고립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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