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래비티 "'리디파인'으로 재정의…흔들리더라도 나아갈 거예요"

미니 8집 리디파인으로 돌아온 크래비티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미니 8집 '리디파인'으로 돌아온 크래비티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그룹 크래비티(CRAVITY)의 시간은 증명의 단계를 지나 다시 본질을 향해 나아간다. 데뷔 6주년의 문턱에서 크래비티가 내놓은 미니 8집 '리디파인(ReDeFINE)'은 두려움과 갈망의 터널을 통과한 아홉 청춘이 스스로의 한계를 깨부수고 도약하는 지점이다. 흔들림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이들의 궤적은 무대 위에서 가장 선명한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

"'리디파인'은 크래비티를 재정의하겠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그동안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나 무언가를 향한 갈망과 쟁취를 노래 했다면 '데어 투 크레이브'를 통해 새로 태어나기도 했으니 '리디파인'으로 재정의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이에서 오는 두려움이 있지만 그 또한 '나'라는 걸 인정하며 흔들리더라도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형준)

'리디파인'의 핵심 키워드는 '우로보로스'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수 우로보로스는 자신의 꼬리를 먹어치우는 뱀의 형상으로, 끝과 시작이 맞물린 무한한 순환과 재생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존재다.

"우로보로스가 꼬리를 물며 계속 반복되잖아요. 이 모습을 '끝'이 아닌 '새시작'이라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남이 보았을 때는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완벽한 원'을 그리며 무한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굳은 의지와 나아가겠다는 의미를 담은 앨범이라고 생각이 되었오 우리의 상황과도 맞물리면서 쉽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형준)
왼쪼부터 정모 태영 형준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왼쪼부터 정모, 태영, 형준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크래비티는 자신들이 느낀 불안과 두려움까지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게 이들이 내린 '재정의'인 셈이었다.

"그동안 활동하며 만족이나 행복도 느껴왔지만 그 사이 불안과 아쉬움의 순간도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우리가 느끼는 어두운 면들이요. 그런 어두움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게 쉽지는 않았으니까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재정의'라는 키워드를 통해 완벽하지 않은 나여도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쉬움이 생겼을 때 그 감정에 깊이 빠지기보다 아쉬워하는 나 자체도 받아들인다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몰입해서 작업했습니다."(원진)

올해 데뷔 6주년을 맞은 크래비티는 타이틀곡 '어웨이크(AWAKE)'를 비롯해 '헬로-굿바이(Hello-Goodbye)' '피버(FEVER)' '어도어(Adore)' '럽 미 라이크 유 두(Love Me Like You Do)' '봄날의 우리(Spring, with You)'까지 총 6개 트랙에 현재의 크래비티를 눌러 담았다. 멤버들은 직접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며 흔들림과 성장의 시간을 자신들만의 언어로 풀어냈다.

"'어웨이크'는 우로보로스를 키워드로 작사하려고 했어요. '끝을 삼킨다'는 가사를 통해 끝을 생각해 본 적 없다, 끝은 곧 시작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사를 써내려갔습니다."(세림)

"제가 작사·작곡한 '럽 미 라이크 유 두'가 앨범에 담겼어요. 예전부터 크래비티의 곡을 쓰고 싶다고 말해왔는데 1년 만에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멤버들의 목소리로 '럽 미 라이크 유 두'를 들을 수 있게 되어서 의미 있는 순간이었던 거 같아요."(태영)
왼쪽부터 원진 우빈 앨런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왼쪽부터 원진 우빈 앨런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원진과 앨런은 팬송 '봄날의 우리'의 가사를 직접 쓰기도 했다. 팬들을 위한 마음을 담다 보니 여느 작가들의 도움 없이 두 사람의 힘으로 오롯이 써내려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우리가 봄에 컴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봄이라는 계절은 뭘까?' 생각해봤어요. 봄은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순간이잖아요. 앨범으로 '새로운 시작'을 전해드리고 싶기도 해서요.  저희에게 겨울은 팬분들과 자주 만나지 못하는 비활동기 같은 시간과도 닮아 있는 것 같아요.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차갑고 춥게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그런 시간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존재가 바로 러비티(팬덤명)였어요. 그래서 혹시 누군가 지금 겨울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 끝에는 늘 봄이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고요. 제가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 따뜻하게 웃고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원진)

"원진이와 함께 작사할 때도 느꼈지만 어려운 지점이 분명 있었어요. 저도 그렇고 원진이도 그렇고 가사를 쓰기 전에 정한 큰 테마에서 자주 벗어나는 편이거든요. 조금 더 깊게 가려고 하고 의미를 더 부여하려다 보면 점점 주제에서 멀어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결국은 러비티를 위한 노래니까 너무 딥하게만 가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봄이라는 계절에서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들, 조금 더 직접적이고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 가사들을 많이 담으려고 했습니다."(앨런)

퍼포먼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크래비티는 한동안 청량한 이미지와 비주얼이 돋보이는 무대로 사랑받아왔지만 이번에는 데뷔 초 떠올랐던 강한 퍼포먼스의 결을 다시 선명하게 꺼내 들고자 했다고 했다. 이른바 '퍼포비티'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팀의 강점을 이번 활동에서 다시 살리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데뷔 초에는 신인다운 마음으로 퍼포먼스에 정말 많이 집중했고, 그래서 '퍼포비티'라고 불러주시기도 했잖아요. 이후에는 청량한 노래와 비주얼이 돋보이는 무대들을 보여드렸다면, 이번에는 재정의와 리브랜딩을 거치면서 다시 그 '퍼포비티'의 색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퍼포먼스에도 더 많이 신경 썼고요. 후렴구에는 중독적인 포인트 안무도 들어가 있습니다. 또 단순한 손동작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안무 선생님이 의견을 주시면 저도 제 생각을 내고, 주신 선택지 안에서 같이 조율하는 식으로 많이 참여했어요. 벌스 부분은 다인원 팀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구성이 들어갔는데, 장면 하나하나가 예쁜 그림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런 과정에서 '이 부분은 팔 동작을 이렇게 수정하면 어떨까' 같은 의견도 내면서 디테일을 함께 만들어갔습니다."(원진)
왼쪽부터 크래비티 세림 성민 민희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왼쪽부터 크래비티 세림 성민 민희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공개된 뮤직비디오 역시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크래비티는 '신학생'이라는 역할을 통해 흔들리는 청춘과 성장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특히 멤버들이 직접 연기에 참여해 몰입감을 더했다는 평이다.

"사제가 되기 위한 신학생 역할을 연기했어요. 사제를 완전한 존재로 보았고 신학생은 준비 단계 즉 불완전한 존재로 정의하고 촬영했습니다. '완전하지 않지만 나아간다'는 메시지를 담아보려고 했습니다."(성민)

"(뮤직비디오에) 앨범에 담긴 의미가 컨셉추얼하게 딥하게 담겨있었거든요. 앨범에 담긴 뜻깊은 의미가 은유적, 비유적으로 뮤직비디오에 담겨있고 그런 의미를 풀어나가는 과정도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앨범 아닐까 생각합니다."(민희)

과거 형준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크래비티를 둘러싼 '낯선 이미지'를 깨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데뷔 6년차임에도 '신인' 같은 이미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는 솔직한 고백이었다. 현재의 시점에서는 어땠을까. 다시 만난 크래비티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는 연차가 어느 정도 쌓였는데도 많은 분들이 저희를 여전히 신인처럼 봐주시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이미지를 조금은 깨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크한 콘셉트로 다시 돌아오기도 했고 이 연차에 보여줄 수 있는 멋진 모습이 분명히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어요."(형준)

데뷔 6년을 지나며 크래비티는 어느새 '선배'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은 팀이 됐다. 아이돌에게 흔히 큰 변곡점처럼 언급되는 7년 차를 앞둔 지금, 이들이 바라보는 현재와 다음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7년 차가 됐다는 걸 실감한 순간도 있었어요. 최근 ‘아육대’를 했는데, 저희가 출연한 팀들 중 선배 순서로 두세 번째 정도 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우리도 이제 연차가 꽤 쌓였구나’ 다시 느꼈어요. 게다가 회사에 후배 아티스트 키키도 생겼잖아요. 그래서 더 자랑스러운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형준)

"솔직히 아직까지도 저희가 '선배'라는 게 낯설어요. 동생들이 찾아와서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내가 선배…?' 싶기도 하고요. 하하. 아직 어색함이 있는 거 같아요."(정모)

"저희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데뷔해서 그런지 우리조차 '벌써 7년차인가?'하고 놀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신인의 자체로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준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원진)
미니 8집 리디파인으로 돌아온 크래비티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미니 8집 '리디파인'으로 돌아온 크래비티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크래비티는 긴 시간을 함께 지나오며 서로를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원동력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래 함께하는 사이일수록 서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붙잡아주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멤버들은 저한테 동료이기도 하지만, 가장 가깝고 자주 보는 가족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늘 붙어 있으면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일을 하면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려는 게 중요하다고 느껴요. 가끔은 객관성을 잃게 되는 시기도 있잖아요. 그럴 때 서로를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서로를 위한 초심을 잃지 않게 해주는 동료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을 앞두고 멤버들은 더 분명한 목표도 함께 꺼내 들었다. 스스로를 향한 기준은 여전히 높았고 그만큼 이번 활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바도 선명했다.

"팀에 대한 기준치도 높고 저 자신에 대한 기준치도 높아서 아직은 만족을 못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빌보드에 올라가고 싶습니다."(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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