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더블로 가' 된 성과급 요구…K-노조 치킨게임에 산업 경쟁력 훼손 '경고등'

  • 'SKH 10% 파격에 삼성 15% 요구…현대차 30% '더블' 요구

  • '반도체 호황 편승한 '한탕주의' 논란…車 불황엔 '나 몰라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지난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성과급 상한폐지를 골자로 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지난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성과급 상한폐지를 골자로 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국내 주요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산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합의를 시작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까지 잇따라 고강도 요구에 나서면서 업계에서는 '묻고 더블로 가' 식 성과급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고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기본급 1000%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에 합의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직원 1인당 7억원대 성과급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 역시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지난해 순이익의 30% 수준 성과급 지급 요구를 담았다. 업계에서는 성과급 요구가 생산성이나 개별 성과보다 '저 회사는 저만큼 받는데 우리는 왜 못받느냐'는 식의 비교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재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파격적 합의가 삼성전자 노조를 자극했고, 삼성전자 사례가 다시 현대차 노조 요구 수위를 끌어올리는 연쇄 효과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근 호실적의 상당 부분이 임직원 개인의 생산성 향상보다는 업황 개선 영향이 컸다는 점에서 현재의 성과급 요구가 과도하다는 시각이 강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실적 개선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서버 수요 증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 영향이 결정적이었다"며 "범용 D램 판가 상승은 글로벌 수급과 업황 변화에 따른 결과로 개별 임직원의 노력과 직접 연결짓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역시 일부 핵심 연구진과 장기 투자 결정, 경영 판단의 영향이 시너지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회사에 오래 기여하지 않은 주니어 직원들까지 업황 호황을 이유로 수억원대 성과급을 당연한 권리처럼 요구하는 분위기에 대해 불편한 시선도 적지 않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는 성과 공유라기보다 업황 호황에 올라탄 성과급 쟁탈전에 가깝다"며 "좋을 때는 회사 돈을 최대한 가져가고 어려워지면 다시 투자 부족을 탓하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규복 전 반도체공학회 회장은  "AI 반도체 시대에는 훨씬 큰 돈이 필요하다"며 "개발 시기를 놓치면 경쟁사에 고객들을 뺏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 이외 다른 곳에 돈을 너무 많이 쓰게 되면 연구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삼성전자 내부 갈등 장기화를 대만 경쟁사들이 사실상 반사이익 기회로 바라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대만 언론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생산 차질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TSMC 등 현지 기업의 점유율 확대와 가격 협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더욱 심각하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 관세 부담과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 등으로 업황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1분기 실적 악화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조가 노란봉투법과 맞물려 기업계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업황만 좋아지면 경쟁적으로 요구 수준이 치솟는 구조가 문제"라며 "지금 같은 흐름이 굳어지면 투자 여력 약화와 공급망 불안으로 결국 산업 경쟁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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