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전고체 배터리 경쟁, 일본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닛케이 신문(2026.4.20.)에 따르면 닛산은 자사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를 실제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크기의 기간 부품으로 시험 제작하고 필요한 충전 및 방전 성능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닛산은 2028년도까지의 실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닛산이 최근 밝힌 전고체 배터리 전략은 일본 자동차 산업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즉 2027년 이후에는 전고체 배터리의 본격적인 양산 체제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이는 전기차 경쟁이 단순히 전기차의 판매량 경쟁을 넘어 누가 차세대 배터리를 먼저 실제 차량에 얹을 수 있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고체 배터리는 지금의 리튬이온배터리 안에 들어가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리튬이온이 액체 전해질 속을 이동하던 방식을 고체전해질로 바꾸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액체 대신 고체를 쓰면 화재 위험을 낮추고, 배터리를 더 촘촘하게 설계할 가능성이 커져 주행거리 확대, 충전시간 단축, 안전성 향상이 기대된다. 그래서 흔히 “꿈의 배터리”라고 불린다. 다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체와 고체가 만나는 면에서 저항이 커질 수 있고, 오래 쓸 때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과제가 있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보다 실제 공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수율), 싸게(비용), 그리고 많이(양산) 만들 수 있느냐가 전고체 배터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배터리를 경제 안보와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 품목의 하나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배터리 전략은 단순한 기술개발 지원을 넘어서 셀·소재·제조 장비를 포함한 국내의 생산 기반 강화, 광물과 공급망 확보를 통한 경제 안보 기반 강화, 전고체와 같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 촉진, 인재 양성, 데이터 및 이력관리체계 구축까지 포괄한다. 경제산업성의 전고체 전략은 이제 연구개발 지원 차원에서 산업정책, 경제 안보, 표준 정책, 인재 확보, 환경 정책을 묶어내는 단계로 점차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2023년에 도요타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생산 계획을 경제안보추진법에 따른 공급망 강화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축전지 산업전략 추진회의」에서도 자원, 생산설비, 인력, 표준과 데이터 연계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 결국 일본의 배터리 전략은 기술개발 차원을 넘어 일본 국내에 본격적인 산업 기반을 형성하고 양산 체제로 나가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틀 안에서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도요타는 이데미쓰코산(出光興産)과 함께 2027~28년 전고체 배터리 탑재 BEV(Battery EV)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고, 이데미쓰코산은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양산을 위한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혼다는 2025년 1월부터 실증 생산라인을 가동해 공정별 양산 가능성과 비용을 검증하고 있다. 혼다는 2026년 3월 북미 생산 예정이던 3종의 전기차 개발과 출시를 취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혼다는 사상 처음으로 막대한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그렇지만 혼다는 전고체 배터리를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전고체 실증라인을 가동하고 양산 기술과 비용을 검증하면서 향후의 전기차 본격 개발을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스즈키도 관련 사업 인수를 통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이처럼 일본은 완성차 회사가 중심이 되고 소재 기업과 제조공정까지 함께 움직이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의 전략과 비교하여 어떤 상황에 있는가? 일본은 완성차 업체가 전고체 배터리를 실제 차량 탑재 일정과 연결하여 로드맵을 계획하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생산기반과 공급망 전략을 함께 편다. 반면 한국은 삼성SDI 등 배터리 생산기업을 중심으로 한 배터리 셀 기술과 품질 경쟁력이 강점이다. 삼성SDI는 S라인 파일럿 생산을 바탕으로 2027년 양산 목표를 제시했고, 최근에는 전고체 배터리의 적용 대상을 로봇 등으로 넓히겠다는 구상도 밝히고 있다. 즉 일본이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국가 주도형 전략이라면, 한국은 배터리 기업 중심의 기술 고도화 전략에 가깝다. 일본의 강점은 완성차-소재-정부가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이고, 한국의 강점은 고성능 셀 설계와 제조 품질에 있다.

중국은 어떤가? 중국의 가장 큰 힘은 압도적인 내수시장과 양산 능력이다. 하지만 지금 중국 기업들은 전고체 하나만을 내세우지 않고 다양화 전략으로 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YD는 최근 기존의 대표 브랜드인 블레이드 배터리를 개선한 블레이드 배터리 2.0과 초고속 충전 전략을 강조했다. 중국 배터리산업은 전고체, 반고체, 나트륨이온, 기존 LFP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략은 실패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전고체만 놓고 보면 일본처럼 언제까지 양산을 달성하여 자동차에 실용화하겠다는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명쾌하지 않다.

2030년대 이후를 내다보면, 전고체 배터리의 무대는 자동차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안전성과 고에너지밀도가 중요한 로봇, 드론, 산업기기, 의료기기, 우주·방산 분야로 응용이 넓어질 수 있다. 실제로 삼성SDI는 2027년 하반기 양산 이후 휴머노이드, 모바일 로봇, 산업용 로봇 등으로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가 전고체 배터리의 출발점이라면, 2030년대에는 다양한 산업이 이를 흡수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쟁은 단순히 누가 전기차 배터리를 먼저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전고체를 다양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하느냐의 문제로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둘러싼 한중일 3국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과거에 전고체에 치우친 기술개발 전략을 추진하면서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 그 때문인지 일본의 배터리 전략은 한국보다 훨씬 국가의 개입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전고체 배터리 외에도 액체 전해질을 쓰는 배터리의 국내 제조 기반을 확립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뚜렷하다. 나아가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도 실용화에 선두로 나서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는 소재 및 제조 장비까지 포함한 패키지 지원을 하며 설비 투자에 대해 과감하게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앞에서 끌고 소재 및 장비업체가 뒤따르며 정부가 뒤에서 밀어주는 방식으로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이러한 일본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향후 어떠한 성과를 보일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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