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단지마다 '수백 대 1'…'분상제 역설'에 커지는 시장 왜곡 우려

서울 도심 전경 20260318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도심 전경. 2026.03.18[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분양 시장에서 입지와 가격의 상관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상급지의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단지들이 시세보다 수십억원 저렴한 ‘로또’ 단지로 수만 명의 청약자를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실제 공사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건축비 적용 등의 산정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억눌린 건축비가 부른 기록적 경쟁률이 오히려 시장의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서울 용산구에서 공급된 분상제 단지 ‘이촌 르엘’은 지난 10일 진행된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 7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1만528건의 청약 통장이 접수돼 평균 1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 100㎡타입으로 19가구 모집에 4827건이 몰려 254대 1을 기록했다. 앞서 특별공급 10가구 모집에도 1465명이 몰리며 평균 14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에서 공급된 분상제 단지들도 기록적인 경쟁률을 갈아치웠다. 이날 1순위 청약에 들어간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는 지난 10일 특별공급 43가구 모집에 1만5505명이 신청에 나서, 360.6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서초동 ‘아크로 드 서초’는 일반공급 30가구 모집에 3만2973명이 몰려 평균 1099.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 아파트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특별공급 역시 생애최초 유형에서는 1897대 1의 수치가 나왔고, 청약 가점 84점 만점 통장까지 등장했다.
 
정부 규제로 억눌린 분양가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시세 차익을 보장되면서 과열에 가까운 흐름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촌 르엘의 경우, 전용 122㎡의 분양가는 최고 33억원대에 책정됐다. 인근 단지의 같은 면적 시세가 50억~60억원대에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당첨 즉시 최대 20억원 수준의 시세 차익도 가능하다.
 
분상제 지역인 서초구와 용산구 단지들의 최근 입주자 모집공고를 보면 전용 84㎡ 기준 건축비는 약 7억원대에 묶여 있다. 반면 규제를 비껴간 동작구 노량진이나 흑석동 일대 새 아파트의 건축비는 공사비 인상 등의 여파로 최근 14억원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상급지보다 2배 가량 높은 수준에 책정되고 있다.
 
이런 건축비 역전은 분상제 단지들이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 상한선에 막혀 실제 공사비 상승분을 제대로 적어내지 못하면서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부족한 공사비는 결국 땅값(택지비)을 시세보다 높게 감정받아 보전하는 편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비규제 지역은 폭등한 원가와 조합의 사업 손실분까지 건축비 항목에 한꺼번에 얹어내며 분양가 인플레이션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왜곡된 가격 구조가 청약 시장의 건전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규제로 억지로 누른 분양가는 ‘로또 청약’을 양산해 투기 심리를 자극하는 반면, 규제가 없는 지역은 고분양가 탓에 실수요자가 청약을 포기하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27 대출 규제의 여파로 자금 조달이 제한되면서 수십억원의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들만 분상제 단지 혜택을 누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오티에르 반포의 경우, 계약금이 분양가의 20% 수준이다. 후분양 단지인 만큼, 6월 1일까지 다시 분양가의 20%인 중도금, 입주 전까지 나머지 잔금을 납부해야 해 단기간 내 자금 조달이 가능한 신청자만 분양이 가능할 전망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강남권 분상제 단지는 고가점·자산가들의 점유물이 된 반면, 비규제 지역은 공사비 인상 여파로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시장 왜곡 해소를 위해 분상제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해 가격 기대치를 조정하거나, 아예 시장 원리에 맡기는 정책적 방향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