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내부에서는 결제주기 단축을 위해 각 기관이 수행해야 할 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추진 방향을 설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유관기관들과 함께 미국과 유럽 등 선행 시장에 대한 해외 현지 조사도 검토 중이다. 선행 시장의 사례를 참고해 단순 문헌 조사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시행착오와 운영상 애로사항을 직접 확인하며 국내 여건에 맞는 제도 설계 방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거래소는 이를 바탕으로 유관기관과 공동의 이행 계획을 상반기 내에 수립한다는 목표다. 이후에는 보다 정교한 설계를 위해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 구성이 검토된다. 기존 실무협의체가 기초적인 검토 수준에 머물렀다면, 향후에는 실제 제도 도입을 전제로 한 세부 설계 단계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각 과제별 소요 기간과 비용을 산정하고, 제도 변경에 따른 시장 영향도 분석이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결제주기 단축과 관련한 논의는 최근 시작된 것은 아니다. 거래소는 3년 전 자본시장연구원에 연구용역을 통해 타당성 검토를 진행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과 함께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을 결성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정책 당국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결제주기 단축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도입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결제주기 단축은 특정 기관이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거래소, 예탁결제원, 증권사, 은행 등 시장 전반의 협력이 필요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각 기관의 시스템 개편과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시간이 제각각인 만큼 최종 이행 시점은 협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장내·장외 결제 구조의 차이도 과제로 지목된다. 거래소는 매수·매도를 상계해 순액만 정산하는 차감(네팅) 방식으로 결제를 처리해 유동성 부담을 줄이고 있다. 반면 예탁결제원이 담당하는 장외 결제는 건별 결제 방식으로, 거래 건별로 자금과 증권을 교환해야 해 구조적으로 복잡성이 크다. 결제주기를 단축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결제 구조 변경도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변수는 외국인 투자자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구조로, 결제주기 단축 시 국내 투자자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외 투자자는 주문 전달과 결제를 중개하는 글로벌 커스터디 및 브로커 시스템을 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와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
시차 문제와 환전 절차도 주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 거래 이후 자금 결제 과정에서 외환 거래를 병행해야 하는데 결제 기간이 하루로 줄어들 경우 시간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에서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옴니버스 계좌(외국인 통합 계좌) 등이 개선 과제로 꼽힌다.
거래소는 결제주기 단축의 실제 도입 시점을 글로벌 시장과의 보조를 맞춰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홍콩 등 여러 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특정 시장만 먼저 T+1로 전환할 경우 자금 운용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투자 비중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제주기 단축이 글로벌 추세라는 점에서 방향성 자체는 명확하지만 도입 시점과 방식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면서 하루 내 결제가 가능한 인프라와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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