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사 체계는 일반적인 국가와는 다른 이중 구조를 갖고 있다. 대부분 국가가 단일한 군 지휘 체계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이란은 정규군(아르테시)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라는 두 축이 병존하는 독특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 체계는 단순한 군사 조직 구분을 넘어 이란 정치 체제와 권력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다.
이란 정규군은 전통적인 국가 군대 역할을 수행한다. 국경 방어와 외부 침략 대응, 영토 보전 등 국가 안보의 기본 기능을 담당하며 육·해·공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제법과 통상적인 군사 규범에 따라 움직이며 국가의 공식적인 군사력으로서 외부와의 충돌에 대비하는 역할을 맡는다.
반면 IRGC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직후 탄생한 신정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별도로 창설된 조직으로 정치·이념적 성격이 강해 이란 체제 수호를 최우선 임무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 최고지도자에게 직접 충성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일반 군대와는 별도 지휘 체계를 유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육·해·공군뿐만 아니라 특수부대 쿠드스(Quds)군과 민병대 조직 바시즈(Basij)까지 포함한 다양한 편제를 갖추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중동 전문가인 이희수 성공회대 석좌교수 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이 같은 구조에 대해 "정규군은 국가의 영토 보전, 외부 침략 방어 및 일반 치안, 행정, 지방정부 안보 등을 맡고 있는 반면 혁명수비대는 이슬람공화국 가치 수호와 군부 정치 조직 등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IRGC는 군사 분야를 넘어 경제와 외교, 정보 분야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건설, 에너지, 금융 등 주요 산업에 깊숙이 관여하며 사실상 거대한 경제 권력으로 성장했고 해외에서는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저항의 축'을 중심으로 한 중동 각지 무장 세력과 연계해 이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레바논 헤즈볼라, 이라크와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 등은 IRGC의 주요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구조는 이란의 대외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규군이 전면전을 대비하는 전통적 군사력이라면 IRGC는 비대칭 전력과 대리전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그림자 전쟁'의 주체로 기능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군사력이 열세인 상황에서도 강대국과 맞설 수 있는 전략적 기반이 된다.
또한 두 조직의 병존은 권력 분산이 아닌 권력 집중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서로 다른 임무를 수행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최고지도자 체제 유지라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IRGC는 내부 반체제 움직임을 통제하는 역할도 수행하며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IRGC의 역할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활동, 미사일 개발, 드론 운용 등 주요 군사 행동 상당 부분이 IRGC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란의 군사 전략이 전통적인 국가 간 전쟁을 넘어 비정규전과 하이브리드 전쟁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28일 사망한 알리 하메네이 뒤를 이어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그의 차남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IRGC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앞으로도 IRGC의 영향력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결국 이란 군사 체계는 단순한 방어 조직을 넘어 체제 유지와 대외 전략을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적 구조다. 정규군과 IRGC라는 이중 구조는 이란이 내부적으로는 체제를 공고히 하고, 외부적으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드는 핵심 기반이다. 이러한 특수성은 이란을 단순한 중동 국가가 아닌 독자적인 전략 논리를 가진 행위자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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