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S) 사건과 관련해 영국 법원 항소를 포기하면서 사건이 다시 중재 절차로 넘어가게 됐다. 영국 법원의 판단으로 국민연금공단의 국가기관성 여부에 대한 쟁점은 일정 부분 정리됐지만, 최종 배상 책임은 중재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25일 "지난달 23일 대한민국이 승소한 엘리엇 ISDS 사건 중재판정 취소 소송에서 정부와 엘리엇 측 모두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며 "사건은 환송 중재 절차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항소를 포기한 이유에 대해 △국민연금이 국가 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영국 법원의 명확한 판단을 확보한 점 △항소 시 인용 가능성과 추가로 발생할 법률 비용 간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 측 역시 항소하지 않기로 하면서 영국 법원에서의 소송 절차는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사건은 중재판정부로 돌아가게 됐다. 정부는 "그간 축적된 대응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환송 중재 절차에서도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국민연금의 법적 성격이었다. 영국 법원은 국민연금이 정부와 별도의 법인격을 갖고 있고 공적 연금 운용이 치안이나 국방과 같은 국가의 핵심 기능에 해당하지 않으며, 의사결정 또한 정부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국가 기관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이 국가 기관으로 인정될 경우 향후 국제투자 분쟁에서 국가 책임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판단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앞서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주요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ISDS를 제기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23년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약 1556억원(지연이자 포함 1600억원 규모)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정부는 PCA가 관할권이 없는 사건을 판단했다며 영국 법원에 중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고등법원은 중재판정 일부에 취소 사유가 있다고 보고 정부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기존 배상 판정의 효력은 흔들리게 됐다.
다만 이번 판단이 중재판정 자체를 확정적으로 뒤집은 것은 아니어서 최종 배상 책임 여부는 환송 중재에서 결정된다. 향후 중재 결과에 따라 양측이 법적 다툼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어 사건 종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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