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와 검사 보완 수사권 거래 음모설’로 정치권이 시끌벅적했다. 검찰이 이 대통령의 기소를 취소하고 정부는 그 대가로 검사에게 중대범죄수사청이 수사한 사건을 보완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내용이다. 김어준씨 방송에서 이 같은 음모설이 제기됐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매우 부적절한 가짜 뉴스”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김씨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음모설은 일단 잦아드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런 음모설이 나돈 것은 그만큼 이 대통령 공소 취소가 여권의 비상한 관심사이자 고민거리임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5개 사건 12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 대장동·백현동·위례 신도시·성남FC·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은 1심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 당선 이후 재판이 중지됐다. 이대로 가면 이 대통령은 퇴임 뒤 재판을 받게 된다. 이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법정을 오가야 한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이러니 여권으로서는 무슨 수를 써서든 재판 재개를 막지 않으면 안 될 처지이다. 재판 재개를 막는 방법은 공소 취소뿐이다. 공소란 기소를 말한다. 공적 취소는 말 그대로 기소를 취소하는 일이다. 공소가 취소되면 기존의 기소는 없던 일이 되고 재판은 종결된다.
민주당, '조작 기소 진상 규명' 국조 가동
민주당은 ‘공소 취소 작전’에 돌입했다. ‘조작 기소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를 지난 22일 국민의힘 불참 속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공소 취소를 추진하는 7개 사건 중 이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은 대장동 개발 비리,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이다. 국정조사는 오는 5월 8일까지 계속된다. 민주당은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까지 실시해 공소 취소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을 만들었다. 민주당 의원 162명 중 절반이 넘는 86명이 참여하고 있다. 친이재명계 의원 대부분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이 모임을 당 차원의 위원회로 승격시켰다.
민주당은 대통령 재임 중에는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 재판을 중지하는 ‘재판 중지법’을 작년 5월 추진했었다. 대법원이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2심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직후였다. 이 대통령이 “내 문제에 대해서는 (입법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민주당에 전해 법 추진은 중단됐다. 민주당은 작년 10월 대장동 사건 관련자들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자 다시 재판 중지법을 추진했다. 이번에도 이 대통령은 강훈식 비서실장을 통해 “무리하게 법안 처리를 하지 말라”는 뜻을 민주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강 실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아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공소 취소 추진에 대해서는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재판 중지법은 ‘퇴임 이후에는 재판을 받는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 청와대로서는 내심 불쾌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해 공소 취소는 아예 재판을 종결시키는 조치이다.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기에 재판 중지법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이런 차이가 청와대의 대응 차이를 불러온 것은 아닐까?
무리한 공소 취소는 거센 역풍 가능성
그러면 공소 취소는 과연 가능할까? 형사소송법은 공소 취소에 대해 아무런 요건도 규정하지 않고 있다. ‘검사는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게 전부이다. 검사에게 공소 취소 여부의 재량권을 준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소 취소를 아무 때나 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검찰은 피고인에게 적용된 법률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거나 친고죄에서 고소인이 고소를 취소하거나 기소 자체가 부적법한 경우처럼 아주 예외적인 때에 한해 공소를 취소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공소 취소 사유는 ‘조작 기소’이다. 검찰이 증거를 조작해 이 대통령을 억지 기소했기에 기소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주장이다. 이 대통령은 과거 검찰이 조작 기소, 정치 기소를 했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검찰이 소설을 쓴다”고도 했다. 민주당 역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조작 기소로 결론짓고 이를 근거로 검찰에 공소 취소를 압박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조사를 통해 조작 기소라는 객관적 증거를 찾아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조작 기소’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증인, 참고인으로 불러내 증거가 조작됐다는 진술을 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증거 조작 주장은 정치 공세로는 할 수 있지만 공소 취소를 위한 객관적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증거가 조작됐는지 여부는 법원 재판을 통해서만 판가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작 기소라는 객관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이 압박한다고 검사가 공소를 취소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공소 취소 여부는 오는 10월 출범하는 공소청 검사가 맡게 된다. 공소청장을 비롯한 핵심 간부들은 이 정권이 임명한다. 친정권 검사들이 공소청에 포진하게 된다. 그렇더라도 그간의 기준을 무시하고 공소를 취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상적인 사법 절차 따르고
더구나 현 정권의 이른바 사법 개혁으로 공소 취소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는 요인이 생겨났다. 바로 법왜곡죄이다. 법왜곡죄는 특정인에게 이익이나 불이익을 주려고 의도적으로 법률을 왜곡 적용하는 경우 성립한다. 공소청 검사는 공소 취소를 했다가 법왜곡죄로 고발당할 것을 우려할 수 있다. 공소청 간부들이 공소 취소를 하라고 담당 검사에게 지시했다간 그들 역시 법왜곡죄로 고발될 수 있다. 법무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법왜곡죄의 공소 시효는 10년이다. 이 정권을 넘어 다음 정권까지 지난 뒤에야 공소 시효가 끝난다. 그 10년 동안 정권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친정권 검사들이라도 10년 동안이나 처벌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을 통해 공소 취소를 하겠다고 한다. 특검 수사 결과 검찰이 증거를 조작해 기소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기존 기소를 ‘부적법한 기소’로 몰아 취소하려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증거 조작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대장동 사건만 해도 작년 10월 1심에서 핵심 관련자 5명이 징역 4년~8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판결문에는 사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이 390여 차례나 언급됐다. 쌍방울의 대북 송금 사건에서도 이 대통령과 공범 관계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징역 7년 8개월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판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증거를 새로 찾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하나 문제점은 특검이 직접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느냐이다. 민주당은 향후 공소 취소권을 부여하는 특검법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특검 제도의 근본에 어긋나는 일이라서 큰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특검 기능의 근본은 수사와 기소일 뿐 기존 기소의 취소는 아니다.
성공한 대통령 되는 게 최선
이처럼 공소 취소는 법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무슨 수를 써서든 공소 취소를 이뤄낸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이 정권에 거센 역풍이 몰아칠 수 있다. 국민들은 민주당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다수의 힘으로 사법 절차를 무력화시켰다고 볼 것이다. 이 대통령의 무고함을 믿는 사람들이라도 이런 방법을 올바르다고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타고난 정의 감각이라는 게 있다. 부당한 일을 보면 직감적·본능적으로 “그건 공정하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민주당이 특검법에 공소 취소권을 부여하고 특검이 실제로 이 대통령 기소를 취소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타고난 정의 감각이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 공소 취소는 정당하지 않다며 현 정권을 비판하는 여론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현 정권 임기 뒤의 민주당 정권 재창출도 어려워질 수 있다. 정권을 뺏기면 퇴임 대통령의 안위는 장담할 수 없는 게 그간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공소 취소를 무리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오히려 법과 상식을 따르는 게 더 가능하고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통령도 퇴임하고 나면 얼마든지 재판 받을 수 있고 그래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누구든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다투는 게 법이고 상식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도 이런 정상적인 사법 절차의 준수와 ‘법 앞에 평등’의 실현이다.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최상이다. 민주당과 이 대통령은 검찰이 조작 기소를 했다고 주장하니, 그게 재판에서 사실로 인정되면 당연히 무죄 판결을 받게 된다.
만약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그 다음 일은 국민 여론에 달려 있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해서 퇴임 뒤에도 국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사면·복권 여론이 일어날 것이다. 민주당이 아닌 다른 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사면·복권 여론을 외면하기 쉽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퇴임 뒤 국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느냐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게 공소 취소보다 더욱 확실하고 안전한 길이다. 그럼에도 공소 취소를 밀어붙인다면 당장 사법 리스크에서는 벗어나겠지만 역사에 두고두고 큰 오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힘으로 법치를 파괴했다는 오점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정치학과ㆍ 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전 원주 한라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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