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 원칙 상식] 호르무즈 파병 압박…한반도 안보 현실을 봐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에 한국의 참여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그는 일본·한국 등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해협 안전 확보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규모 등을 실제와 다르게 언급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 자체가 핵심은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군사 협력을 요구하는 방식이 점점 확대될 가능성이다.


호르무즈 해협 사태는 그 출발점일 수 있다. 중동 분쟁이나 해상 봉쇄 같은 국제 안보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동맹을 이유로 군사 참여를 요구받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의 안보 환경이 다른 국가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부교를 건넌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부교를 건넌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지금도  준전시 상태에 놓인 국가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한반도는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채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으며, 남북 간 군사적 대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의 기본 전력은 어디까지나 한반도 방위에 집중되어야 한다. 해외 분쟁에 병력을 투입하는 문제를 다른 나라들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한국 역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다. 실제로 한국은 여러 국제 평화유지 활동과 해상 안전 작전에 참여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덴만 해역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다. 청해부대는 2009년부터 소말리아 해적 대응과 해상 안전 임무를 수행하며 국제 해상 질서 유지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어디까지나 한반도 안보 상황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정 분쟁에 군사적으로 깊이 관여하게 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군사 작전에 참여하는 순간 한국은 단순한 협력국이 아니라 분쟁의 당사자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런 방식의 군사 참여 요구가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다음에는 다른 지역 분쟁이 등장할 수 있다. 남중국해나 대만 해협, 중동의 또 다른 충돌, 혹은 유럽의 군사 갈등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동맹을 이유로 이러한 분쟁에 계속 참여해야 한다면 한국은 사실상 세계 여러 지역의 군사 갈등에 관여하는 국가가 될 수도 있다.


그 불씨는 언제든 한반도로 되돌아올 수 있다.

군사적 개입은 상대 진영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고 이는 외교·안보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반도 주변에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요 군사 강국들이 밀집해 있다. 한국이 특정 분쟁에 깊이 개입할수록 동북아 전략 환경 역시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한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 과제는 여전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다.

북핵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군사적 긴장은 언제든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해외 군사 작전에 지나치게 깊이 관여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신중해야 할 사안이다.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의 핵심 축이다. 미국과의 협력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동맹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한국의 안보와 국익을 지키는 것이지 모든 국제 분쟁에 자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제정치에서 동맹은 상호 이해와 현실적 판단 위에서 유지된다. 한국의 특수한 안보 상황 역시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결국 이번 호르무즈 문제는 단순한 파병 논쟁을 넘어선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의 군사력은 어디까지 국제 분쟁에 투입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무엇인가.

답은 분명하다.

첫째, 한국군의 기본 임무는 한반도 방위다.

둘째, 해외 군사 참여는 국익과 안보 현실을 기준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셋째, 동맹 역시 한국의 전략적 상황을 존중하는 균형 위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한반도는 아직 전쟁이 끝난 곳이 아니다. 정전 상태가 계속되는 한 한국의 안보 환경은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


이 현실을 외면한 채 해외 군사 작전에 쉽게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결코 신중한 국가 전략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압박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 현실을 중심에 둔 냉정하고 전략적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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