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심지어 장르가 드라마나 공상과학도 아니고 전쟁영화가 현실이 되어 버리니 참혹한 일들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 중동전쟁이 장기화하고 있어 실물경제도 충격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전쟁은 언제 끝날까요?” ‘부채도사’라면 모를까, 우리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각 상황에 대응 태세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동전쟁의 경과를 상정하고 경제적으로 어떤 파급 영향이 있을지 시나리오를 그려볼 필요가 있다. 주변국으로서는 전쟁의 경과를 바꾸어 놓을 수 없기에 각 시나리오에 선제적 혹은 적시적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중동전쟁 시나리오
첫째, 시나리오1은 6주 내 미국과 이란이 합의점을 도출하는 경우로 가정한다. 3월 안에 합의로 끝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작전을 4~6주로 계획했고 장기간 끌었을 때 국제 유가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어 중간선거에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3월 31일 미·중 정상회담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중동전쟁을 그전에는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제 유가가 120달러 내외의 흐름을 유지하고 환율 및 증권시장에 변동성을 주겠지만 전쟁 종료와 함께 시장 분위기가 급반전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실물 경제적 충격도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시나리오2는 중동전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제한다. 이란 지도부는 이미 종교적·경제적 큰 손실을 보았고 상응하는 복수를 단행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미국이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략적으로 전쟁을 장기전으로 이끌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강화하는 조치 등을 통해 심각한 국제 유가 불안을 초래할 것이다. 다만 2025년 9월 유엔이 핵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경제 제재를 가했고 이란 리알화 가치가 급락한다든가, 2026년 2월 62%에 달하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처해있는 등 경제 여건이 위축되어 있다. 즉 전쟁을 지속할 여력이 충분치 않아 수개월 안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하고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제 유가가 150달러 내외에 도달할 수 있고,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무서운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셋째, 시나리오3은 중동전쟁이 1년 이상 장기화할 것으로 가정한다. 미국은 이란의 정권교체와 핵 개발 무산 등을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요구사항은 이란 측에서 수용할 수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2022년 2월에 발발하여 만 4년이 훌쩍 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측 요구사항이 서로 첨예하게 엇갈려 있기 때문 아닌가? 중동전쟁이 발발한 이후 대부분 유조선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은 더 많아지기도 했고 인도의 원유 공급 요청을 받아들이고 있다. 러-우 전쟁 중에도 중국, 인도, 터키 등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함으로써 전비 조달 기능을 수행한 것처럼 중국과 인도는 저렴한 원유를 안정적으로 조달받고 이란은 전비 지원을 받는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 이란이 입은 경제적 손실을 배상받기를 요구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더욱 강하게 봉쇄할 수 있다. 120~150달러에 달하는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4차 오일쇼크’로 이어질 수 있다.
| 중동전쟁 시나리오별 경제적 파급 영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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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한국경제산업연구원 |
중동전쟁과 경제적 파장
중동전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실물 경제적 충격이 작을 수 없다. 즉 시나리오2와 3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적 파장을 유추해 보자.
먼저, 중동전쟁 장기화 시 ‘공급망 쇼크’가 올 것으로 보인다. 원유 수급 차질이 일어나면 원유를 통해 추출하는 모든 원자재의 수급 차질이 일어날 수 있음을 뜻한다. 비료, 의약품, 비닐, 플라스틱 등 모든 제조공정의 앞단에는 원유가 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전 산업에 걸쳐 비상등이 켜질 것이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던 석유화학산업엔 치명타를 줄 것이다. 원유 수급 불안은 물론이고 그 외 핵심 원자재 수급에도 차질이 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헬륨(카타르산 65%)과 브롬(이스라엘산 98%)은 반도체 생산공정의 핵심 원료로 생산 차질이 일어날 수 있고, 반도체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부품으로 들어가므로 수많은 완제품 생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둘째,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국제 유가(브렌트유)가 현물시장에서 125달러를 초과했고, 2026년 3월 두바이유가 이미 145달러를 초과했다. 전쟁이 얼마나 더 장기화해서 고유가 흐름이 더 이어질지라는 문제만 남았다. 더욱이 전쟁 불안으로 인해 해상보험료가 올라 해상운임이 상승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된기 어려워진다. 수입 원유 가격은 ‘국제 유가×해상운임×환율’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해야 하므로 사실 삼중으로 비싸지게 된다. 다행히 석유 최고가격제 적용으로 주유비 인하 효과는 분명 있겠지만 국제 유가 자체를 떨어뜨릴 수는 없기 때문에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주유비 상승→교통·운송비 상승→물류비 상승→소비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비료 가격이 오르면 채소와 과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사료값 부담으로 이어지며 돼지고기, 달걀, 소고기, 우유 등 식료품 가격도 연달아 상승한다. 비닐 가격이 오르면 라면, 빵 등 모든 제품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고 이는 식당이나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도 연쇄적 영향을 미친다.
셋째, 인플레이션이라는 과제만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가혹하게도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은 물가 상승 압력을 주겠지만 동시에 경기 하방 압력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사전적 정의는 경제 활동 침체와 함께 물가 상승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불황을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통상적으로 불황이 오면 물가가 하락하고, 호황이 오면 물가가 상승하는데 경기와 물가의 안 좋은 것만 함께 찾아온다니 이보다 안 좋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25년에도 1% 성장에 그친 한국 경제는 유독 에너지 자립도가 낮고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경제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준다. 사실 전쟁 등과 같은 불확실성에 가장 예민한 주체가 기업인데 다국적 기업들이 신사업 진출 등 신규 투자를 단행할 수 없고 이는 한국의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수출이 막히고 생산·고용 감소로 이어진다.
넷째,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고물가와 저성장이 함께 찾아오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우선 고려하기 마련이다. 2022~2023년은 41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했던 시대였고 이때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대대적으로 인상했다. ‘긴축의 시대’가 왔다. 그 통화정책 영향으로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하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2024~2026년은 과도하게 높았던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중립금리를 향해 조정(인하)하는 ‘피벗의 시대’였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다시 물가 상승률이 5% 이상을 기록하기 시작하면 ‘피벗의 시대’를 마감하고 기준금리를 오히려 인상하는 ‘긴축의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
‘4차 오일쇼크’에 대응하라
‘4차 오일쇼크’라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첫째, 정부는 공급망 안정을 꾀해야 한다. 원유뿐만 아니라 광물자원이나 소재의 거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공급망 쇼크에 유독 취약할 수 있다. 원자재 수급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글로벌 공급망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다. 주요 산유국들에서 원유를 안정적으로 조달받을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발휘하고, 한국석유공사와 민간 정유기업들의 전략적 원유 비축분을 관리해야 한다. 그 밖에도 주력 산업의 핵심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하는 노력을 선제적으로 단행해야 한다.
둘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더불어 환율 상승이 맞물리면 그 부담은 더 가혹하다. 외환시장의 달러 수급 조절 등 단기적 대응도 필요하지만 원화 가치를 절상시키는 구조적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투자의 해’를 지정하고 해외직접투자 유입을 대폭 늘리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2020~2024년 연평균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은 약 17억5300만 달러에 달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전력, 통신 인프라와 반도체 및 AI 서비스 역량을 강점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R&D 특화센터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존 경제자유구역, 규제자유특구 등과 같은 제도를 활용하고 경쟁력이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해외직접투자가 한국으로 집중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실물경제의 선순환과 원화가치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
셋째, 가계는 변화하는 국면에 맞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으로 금리 인상이 단행되는 국면에는 저축 금리는 오르고 자산시장의 추세적 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 2025~2027년에는 집중될 부동산 시장 정상화 정책 기조와 맞물려 부동산 시장은 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 시대적 변화에 맞서서는 안 된다. 긴축 기조가 시작되면 주식시장도 그 하방 압력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상법 개정 등과 같은 주식시장 개선을 위한 정책들이 상방 압력으로 작용해 상쇄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긴축의 시대에는 긴축의 시대에 맞게 저축 비중을 늘리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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