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서울도 '5극3특'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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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정책은 늘 ‘한 방’으로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부동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미군기지 이전 부지에 공원 대신 주택을 짓자는 이야기는 돌림노래처럼 반복됐다. 요즘도 어떤 정치인은 한강변에, 어떤 정치인은 강남 한복판에 고품격 임대주택을 짓자고 말한다.

얼마 전 정부는 도심 공급 카드로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용산·한강변·강남 모두 상징성 측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다. 그러나 정말로 저 정책이 집값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오히려 S급 입지를 S+급 입지로 만들 뿐이다. 공급 확대 정책이라기보다 입지 프리미엄을 국가가 공인해주는 정책에 가깝다.

‘단군 이래 최대’라는 별명을 공유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 둔촌주공은 가구 수와 부지 규모 모두 비교될 만한 수준이다. 둔촌주공 PF 사태에서 우리는 이미 대형 사업이 얼마나 금융 리스크에 취약한지 경험했다. 둔촌 입주 당시 강동이 겪었던 인프라 압박을 서울 중심이라는 용산은 감당할 수 있을까.

결국 이러한 하향식 상징 공급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몇 개의 개발 거점으로 서울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 대규모 개발은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로또 입주’에 실패한 이들에게는 박탈감만 남길 수 있다. 몇 개의 명당에서 당첨을 기다리는 구조로는 서울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 정책의 시야를 돌려야 한다. 도시 구조를 바꾸는 상향식 정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서울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면적의 200배가 넘는 ‘도시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서울 전체 주거지 가운데 약 41.8%인 131㎢는 저층주거지다. 그리고 이 가운데 약 87%에 해당하는 115㎢는 재개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지역이다. 이는 서울의 주택 문제가 단순한 공급 부족이 아니라 정비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도시 구조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정비 사각지대 중 상당수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협소한 도로와 필지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약간의 제도 개선만 이뤄진다면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충분히 가능하다. 대규모 재개발·재건축보다 훨씬 빠른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일부만 선별해 단계적으로 정비해도 상황은 달라진다. 중간 밀도로 정비하더라도 수만 호 규모의 안정적인 공급 기반이 만들어진다. 특정 거점에 수만 가구를 집중하는 방식보다 훨씬 분산되고 지속적인 공급 구조다.

해법은 서울형 ‘5극3특’ 전략이다. 창동·상계의 동북권, 수색·DMC 축의 서북권, 가산·구로 디지털 축의 서남권, 잠실·삼성의 동남권, 그리고 도심권을 잇는 복합 거점을 육성하는 것이다. 도시의 중력을 다섯 개 축으로 분산시키는 접근이다. 단순한 권역 구분이 아니다. 문화·업무·교통 인프라가 결합된 다핵화 생활권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동시에 115㎢에 달하는 정비 사각지대를 활용한 ‘3대 주거 특구’ 전략도 필요하다. 재개발 요건에 묶여 방치된 저층주거지에서 소규모 정비사업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서울시 역시 정부에 소규모 재개발과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건의한 바 있다.

이 특구에서는 기존 임대 정책을 개량한 ‘대안형 임대주택’을 시범 도입할 수도 있다. 사회주택과 청년안심주택을 결합한 청년 주거 모델, 고령자 돌봄과 결합한 시니어 주거 모델, 업무와 주거가 결합된 직주근접 임대주택 같은 방식이다. 특정 역세권에 흩어져 있던 정책을 정비 사각지대라는 넓은 공간에서 실험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몇 개의 명당에서 로또식 공급을 기다리는 구조가 아니라 도시 전역에서 단계적으로 주거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다리가 만들어진다. 서울의 미래는 몇 개의 개발 거점이 아니라 115㎢의 사각지대에서 결정된다.
 
박용준 건설부동산부장
박용준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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