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지 번개 치는 중
LG엔솔 "30년 투자 기술 후발주자가 카피, 수업료 내라"
삼성SDI "각형 배터리 특허 1200건 이상, 타사는 40건"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의 '더 배터리 콘퍼런스' 무대에서 국내 배터리 대표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양사가 자사의 기술력과 특허 경쟁력을 강조하며 타사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자 현장에서는 '특허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왔다.삼성SDI "각형 배터리 특허 1200건 이상, 타사는 40건"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의 기조연설이 먼저 진행됐다. 김 CTO는 "30년간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 누구는 1~2년 하다가 기술을 카피하고 인력을 빼 간다"며 "후발 주자들은 정당하게 수업료를 내고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산업에서 특허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원천 기술을 확보한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가 필요하단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전 분야에 걸처 구축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기술 무임승차를 경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어진 삼성SDI는 주력 분야인 각형 배터리 기술력을 내세웠다. 주용락 삼성SDI 연구소장은 "미국 등록 기준 각형 배터리 특허는 당사가 1200건 넘게 가지고 있지만 국내 경쟁사들은 30~40건 수준"이라며 기술 격차를 강조했다.
이어 "각형 배터리는 재료, 부품 설계, 제조 공정 등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라며 "단기간에 구현하기 어렵고 특허 침해나 기술 도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이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질의응답 세션을 진행하지 않은 반면, 삼성SDI는 따로 질의를 받았다. 이 시간에 객석에 앉아있던 LG에너지솔루션 소속 연구원들의 삼성SDI를 향한 질문이 현장의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LG에너지솔루션 소속이라 밝힌 한 인물은 질문 세션에서 "각형 배터리에 대해 강력한 특허들을 말했는데 정말 원천적이고 강력한 특허를 딱 하나만 소개해 줄 수 있냐"고 질문했다.
이에 주 연구소장은 "내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노하우가 많다"며 "금속 가공과 용접 극판 스태킹 대형 셀에서의 균일한 전해액 주입 등 제조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특허망을 확고히 구축했다"고 답했다.
이어 또 다른 LG에너지솔루션 소속 직원은 "전고체 배터리가 그렇게 안전하다면 굳이 전기차나 도심항공교통(UAM)에 무거운 각형 케이스를 써야 할 이유가 있냐"고 질문했다. 모빌리티 산업에서는 배터리 무게가 줄어들수록 주행거리와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무거운 각형 구조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삼성SDI 측은 "UAM 등 경량화가 중요한 분야는 다른 폼팩터가 적합할 수 있지만 전기차는 안전성 확보가 핵심이기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 역시 궁극적으로 각형 구조가 적합하다"고 답했다.
이어진 기조연설과 질의응답 세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냉랭했던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다만 경쟁사 직원이 직접 질의에 나서고, 기술적 쟁점을 겨냥한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진 점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LG에너지솔루션이 삼성SDI를 겨냥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질의응답 세션 이후 현장 분위기가 다소 긴장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배터리 업계가 특허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과거 대형 분쟁 경험도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영업 비밀 분쟁이다. 2017년부터 LG 배터리 핵심 인력 수십 명이 SK로 이직하면서 갈등이 시작됐고, LG는 기술 유출과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미국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ITC는 2021년 SK 측의 증거 인멸 정황 등을 이유로 LG 측 주장을 받아들이며 배터리 부품과 소재에 대해 10년간 미국 수입 금지라는 강력한 제재를 결정했다. 이후 양사는 미국 정부 중재 속에 총 2조 원 규모합의로 분쟁을 마무리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배터리 기술과 특허를 둘러싼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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