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긴장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가격이 리터당 1800원을 넘어섰고 경유 가격도 하루 사이 80원 이상 급등했다. 운전자들이 “더 오르기 전에 넣어두자”는 심리로 주유소로 몰리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국제 유가 변동이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충격은 아직 시작 단계일 가능성도 있다.
한국 경제가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에너지 구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70%에 육박하며, 그 가운데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4분의 1이 지나가는 ‘에너지 대동맥’이다. 만약 봉쇄나 교란이 장기화된다면 원유 수급과 가격 모두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의 비축 능력이다. 정부와 민간을 합친 석유 비축량은 약 200일 이상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 가운데서도 상위권이다. 최소 90일 비축을 권고하는 국제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가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점검하고 대체 공급선 확보에 나선 것도 적절한 대응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 대응의 속도와 범위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공급선 다변화는 더 서둘러야 한다. 미국산 원유와 북미·호주·동남아 에너지 자원의 확보 전략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국내 에너지 소비 구조를 점검하고 물류·산업 분야의 연료 효율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는 언제나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걸프전과 리비아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국제 유가의 급등은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지금의 중동 긴장 역시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세계 공급망을 뒤흔들 수 있는 변수다.
유가가 잠시 숨을 고른 지금이야말로 대응을 강화할 때다. 시장이 안정됐다고 방심하는 순간 위기는 더 크게 돌아온다. 충분한 비축을 유지하고 공급선을 넓히며 위기 대응 체계를 촘촘히 점검하는 것, 그것이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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