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풍향계] '글로벌 사우스'에 꽂혔다… 공급망 리스크에 새 격전지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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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경기전망이 4년 만에 긍정 구간으로 전환되는 호재 속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법원 판결 빌미 관세 보복' 발언이 수출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반도체·자동차 수출 호조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을 1.9%로 상향했지만, 미국발 통상 공세에 7000억 달러 수출 목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업계는 인도·베트남·멕시코 등 글로벌 사우스(남방 신흥국)로 공급망을 급선회하며 생존 전략을 수정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글로벌 패권 다툼 속 미국·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의 선전에 국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4년 만에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경기 전망치는 수출 외에도 내수와 투자, 고용 등 대부분 부문에서 전달 대비 오르면서 기업 심리가 전반적으로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102.7로 집계됐다. 기준치 100을 웃돈 건 2022년 3월 이후 47개월 만이다.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수출 품목의 실적 개선이 주효했다. 한경협은 "2월 설 연휴 기저효과와 함께 새해 들어 컴퓨터·반도체 수출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KDI는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수출 2.1% 증가를 점쳤고, 소비자심리 지수도 수출 호조·증시 강세로 1.3%p 상승했다. 산업부는 1월 수출 점검회의에서 "2년 연속 7000억 달러 총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이 낙관론은 트럼프 2기의 '관세 플랜B'로 흔들릴 위기다.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기업 심리 반등의 최대 걸림돌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무역 합의를 뒤집으려는 국가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최근 대법원이 트럼프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상호관세(전 세계 10% 기본+국가별 추가)를 위법으로 판결한 데 따른 추가 전략으로, 무역법 122조를 동원한 10~15% 글로벌 관세가 24일부터 발효됐다.

한국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동차(기존 15%)·철강·배터리 품목에 추가 10~15% 관세가 직격탄이 될 수 있으며, 반도체도 232조 품목관세와 연계 강화 우려가 있다. KDI는 "미국 관세 인상으로 수출 둔화와 무역수지 흑자 축소"를 경고했고, 산업연구원(KIET)은 수출 0.5% 감소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사우스 중심 공급망 다변화로 대응력을 키우고 있다. 북미 현지화와 제3국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스마트폰 생산(60% 비중)을 인도·인도네시아로 일부 이전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무역 협정을 활용해 TV 생산을 확대한다. 인도 정부의 수조 원 보조금과 14억 명에 달하는 내수 시장을 노린 전략으로, 애플과 텍사스 칩 공동 생산도 병행한다.

LG전자 역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 지역 공략을 본격화한다고 공언했다. 사업 인프라를 현지화하고 지역 특화 제품을 확대해 이들 국가 매출을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로 올리겠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보면 베트남·태국 가전 라인을 강화하면서 멕시코 공장을 미국 테네시로 이전 검토 중이며,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배터리 투자를 가속화한다. 중국 TV 생산은 축소하고 제3국 경유 수출로 전환해 관세 리스크를 줄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 EV 공장과 현대제철 루이지애나 제철소 31조원 투자를 통해 완성차·부품·소재 현지화를 완성한다. 아울러 GM과 5종 모델 공동 개발로 비용 절감에 나서며, 인도·인도네시아 EV 생산 라인도 확대 운영하는 등 전략 수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조가 버팀목이지만, 자동차·철강 취약 품목 다변화가 관건"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탄력성을 확보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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