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BTS아리랑에서 K-헤리티지 글로벌로]⑱ 게임·AI·전시·교육은 K-헤리티지를 어떻게 확장하는가

BTS의 ‘아리랑’이 문을 열었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그 문을 통해 무엇을 반복할 것인가다. K-헤리티지가 노래와 공연의 차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자산이 되려면 접속의 통로가 다양해져야 한다. 게임과 AI, 전시와 교육은 단순한 응용 영역이 아니다. 전통을 ‘보여주는’ 수단이 아니라 ‘다시 쓰게 하는’ 구조다.
 
 
게임은 전통을 가장 빠르게 플랫폼화할 수 있는 장르다. 게임은 관람이 아니라 참여를 전제로 한다. 플레이어는 세계관 안으로 들어가 선택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한다. 만약 아리랑이 품은 이동과 이별, 반복과 연대의 감정 구조가 게임 서사로 설계된다면 전통은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체험의 환경이 된다. 한 번 보고 끝나는 공연과 달리 게임은 수십 시간의 몰입을 통해 감정을 축적한다. 전통은 그 안에서 배경이 아니라 작동 원리가 된다.
 
사진빅히트 뮤직
[사진=빅히트 뮤직]

 
AI는 또 다른 차원의 확장 도구다. 생성형 AI는 개별 작품보다 패턴과 구조를 학습한다. 아리랑이 수백 년 동안 축적해온 변주의 구조, 반복의 리듬, 감정의 궤적은 그 자체로 학습 가능한 집단 기억 데이터다. 이를 체계적으로 구조화한다면 K-헤리티지는 새로운 창작의 원천이 된다. 중요한 것은 통제가 아니라 개방이다. 데이터를 잠그면 박제가 되고, 열어두면 변주가 시작된다. AI 시대에 전통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설계의 대상이다.
 
 
전시는 공간의 개념을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많은 전시는 유물을 진열하고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에 머물렀다. 그러나 플랫폼으로서의 전통은 ‘보는’ 공간이 아니라 ‘접속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관람객이 이야기를 추가하고,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통해 자신만의 변주를 남기며, 전시 이후에도 온라인에서 다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전시가 종료된 뒤에도 관계가 이어질 때 전통은 공간을 벗어난다.
 
 
교육은 가장 느리지만 가장 결정적인 확장 경로다. 전통을 암기 과목으로 다루는 한 K-헤리티지는 과거형에 머문다. 그러나 전통을 하나의 감정 구조이자 사회적 운영체제로 이해하도록 설계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학생들이 아리랑의 변주를 직접 만들고, 지역의 기억을 기록하며, 디지털 도구로 재해석하는 과정 속에서 전통은 현재형이 된다. 교육은 보존의 장치가 아니라 호출의 장치여야 한다.
 
 
이 네 영역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전통을 소비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은 참여를, AI는 재조합을, 전시는 접속을, 교육은 반복을 전제로 한다. 이는 앞선 회차에서 확인했듯 K-헤리티지가 플랫폼이자 집단 기억 데이터라는 전제와 맞닿아 있다.
 
 
물론 위험도 있다. 기술이 전통을 압도할 수 있고, 상업적 성공이 본질을 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위험을 이유로 닫아두는 선택은 더 큰 손실을 부른다. 전통은 통제 속에서 안전해지지만 동시에 축소된다. 반대로 열어두면 예측 불가능해지지만 확장된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BTS가 보여준 것은 한 곡의 성공이 아니라 구조의 가능성이었다. 이제 과제는 명확하다. 공연 이후를 설계할 것인가, 아니면 이벤트로 남길 것인가. 게임과 AI, 전시와 교육은 K-헤리티지를 다음 단계로 밀어 올릴 수 있는 도구다. 그러나 도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방향성과 일관성, 그리고 개방의 철학이 필요하다.
 
 
전통은 반복될 때 살아 있다. 반복은 구조에서 나온다. K-헤리티지가 미래의 언어가 되려면 이제 우리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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