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쟁은 장기화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단순한 선악 구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주경제는 이 전쟁을 이념이나 진영이 아닌 국제정치의 현실과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전쟁의 전개 과정과 외교적 선택의 맥락을 짚으며, 한국에 던지는 함의를 살펴봅니다. 이번 연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시각을 제시할 것입니다.
지난달 15일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열린 신임 주러시아 한국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석배 대사에게 “한·러 관계에는 여전히 긍정적 자산이 있다”고 언급했다. 주러시아공사를 지낸 러시아 전문가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 소장은 이를 두고 “전쟁 이후를 염두에 둔 현실적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표현은 냉정하고 현실적이다. 한국에 대해 실용적 관계 복원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신호다. 하지만 우리 외교·관료 조직은 여전히 방어적 태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한국은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에 적극 동참해 왔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 협력을 강화했고 한·러 관계는 빠르게 냉각됐다. 특히 한국이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간접 지원하면서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이후 양국 간 정치적·외교적 신뢰는 급격히 약화됐다.
박 소장은 “동맹 차원을 넘어선 과잉 대응이 문제였다”며 “필요한 제재와 불필요한 적대 조치를 구분하지 못했다. 그 결과 안보적 이익은 거의 없었고 경제적 손실만 커졌다”고 말했다.
경제적 피해는 통계로도 분명히 드러난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대러 수출은 2021년 약 100억 달러(약 14조3918억원)에서 2024년 45억2000만 달러로 반 토막 났다. 같은 기간 자동차 수출은 25억 달러에서 5억8900만 달러로 급감했다.
박 소장은 “대기업은 손실을 감내할 수 있지만 중소 수출기업은 그렇지 못하다”며 “피해는 결국 중소기업과 협력업체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도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양국 간 긍정적 자산이 상당 부분 소진됐다”며 관계 복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주요 품목의 공급이 막히면서 현대차·기아, 삼성, LG 같은 대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정상적인 생산과 영업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며 “이 같은 제약이 해소되지 않는 한 러시아 시장 복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이 에너지 분야 협력을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 정치적 비판을 병행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대부분 협력 채널을 스스로 차단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같은 인식은 물류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해양수산부는 오는 9월 부산~로테르담 간 북극항로 시험 운항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박 소장은 “북극항로는 러시아 허가 없이 이용할 수 없다. 통과 허가, 쇄빙선, 안전 관리 모두 러시아가 통제한다. 이것이 지리적 현실”이라며 러시아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도 “지도를 한 번만 봐도 러시아와 협력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한국이 북극항로를 원한다면 관련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전후 국제질서가 점차 다극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쟁이 언제 끝날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전후 질서를 준비할 시간이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원칙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 복귀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