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설계자' 러트닉 美 상무, 엡스타인 문건에 이름...사임론 확산

  • 민주 "거짓말한 인사 자격 없다"...공화당 일부도 "대통령 부담 덜려면 물러나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사진AFP연합뉴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주도해 온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성범죄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에 휘말리며 거센 사임 압박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부에서도 사퇴 요구가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9일(현지시간) 최근 미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관련 문건을 인용해 러트닉 장관이 과거 공개적으로 밝혔던 설명보다 엡스타인과 훨씬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음을 시사하는 정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법무부 문건을 토대로 러트닉 장관과 엡스타인이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에서 이웃으로 지내며 최소 13년간 정기적으로 교류해왔다는 사실을 전했다. 두 사람은 동일한 비상장 기업에 공동 투자했고, 지역·자선 활동과 뉴욕 및 카리브해에서의 사교 모임에도 함께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법무부가 공개한 문건 약 250건에 러트닉 장관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은 러트닉 장관이 지난해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엡스타인을 2005년 한 차례 만난 뒤 혐오감을 느껴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

민주당은 이를 문제 삼아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애덤 시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러트닉이 유죄 판결을 받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와의 사업 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은 그의 판단력과 윤리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러트닉은 상무장관으로 있을 자격이 없으며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엡스타인 사건을 조사 중인 하원 감독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하원의원들도 잇따라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토마스 매시 하원의원은 전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트닉 장관에 대해 "솔직히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퇴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고, 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인 제임스 코머 공화당 의원은 이날 "생존자들을 위한 정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가진 모든 사람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며 러트닉 장관에 대한 의회 소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위원회가 이미 발부했으나 처리되지 않은 소환장을 우선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당에서 사퇴 또는 해임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경제·관세 정책을 담당하는 러트닉 장관을 쉽게 내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백악관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러트닉 장관과 상무부를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 전체는 여전히 미국 국민을 위한 성과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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