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개통 예정인 광주~강진고속도로는 전남 영암군의 좌표를 바꿀 변수다. 광주에서 1시간 걸리던 이동 시간이 20분대로 단축되면, 영암은 더 이상 먼 관광지가 아니다. 주말 나들이 생활권에 편입되는 도시다.
그러나 접근성 개선은 양날의 검이다. 길이 열리면 사람이 오지만, 동시에 빠져나가기도 한다. 수도권과 인접한 지방 중소도시들이 겪어온 공통의 숙제다. 교통망 확충이 반드시 인구 증가나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다.
영암군은 이번 변화를 ‘교통 호재’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는 도시가 될 위험”을 먼저 언급한다. 그 대신 선택한 전략이 ‘머무는 도시’다.
3개 나들목, 관문을 넘어 생활권 플랫폼으로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금정IC·월출산IC·동영암IC 등 3개 나들목이 신설된다. 영암군은 이 관문을 단순 통로가 아닌 ‘생활권 플랫폼’으로 설계하고 있다.
각 나들목을 중심으로 관광 동선, 상권, 주거 인프라를 연결해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체류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머물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고속도로 개통 이후 인근 대도시로의 통근·통학이 늘어날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대응이기도 하다. 접근성 향상이 외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ESC 전략…‘오는 시간’ 대신 ‘머무는 이유’ 설계
관광 정책의 초점은 방문객 숫자가 아니다. 체류 시간이다. 하루 더 머물게 하고, 한 번 더 소비하게 만드는 구조가 목표다.
이를 위해 사계절 콘텐츠와 야간 관광을 강화하고, 코스형 동선을 촘촘히 연결한다. 2027~2028년을 ‘영암 방문의 해’로 정하고, 2026년을 실행력 강화의 준비 단계로 설정했다.
‘보는 월출산’에서 ‘머무는 월출산’으로
체류형 관광의 무게 중심은 월출산권이다. 기존 등산·관람 중심 관광에서 벗어나 숙박과 체험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구림관광지는 ‘마을호텔’ 콘셉트로 재편 중이다. 비어 있던 공간을 숙박 거점으로 전환해 골목상권과 연결한다. 숲속 웰니스 체험시설, 자연휴양림 숙박 확충, 체육인 숙박시설 조성 등도 병행한다.
‘월출산 스테이션F 사업’은 사계절 체험 요소를 확대해 체류 시간을 늘리는 프로젝트다. 단순 자연경관 소비가 아닌, 체험·휴식·문화가 결합된 복합 체류 공간을 지향한다.
스포츠와 걷기 관광, 체류의 또 다른 축
영암은 스포츠 도시이기도 하다. 전국 단위 대회와 전지훈련이 열리면 선수단과 가족들이 수일간 체류한다. 이는 숙박·식음 소비로 직결된다.
야구·수영·육상·씨름 등 16개 종목 중심 대회 유치 확대와 제2스포츠타운 조성 계획은 체류 기반 확충과 맞물린다.
걷기 관광도 강화한다. 월출산 둘레길, 기(氣)운담길, 대동제 탐방로 등은 장기 체류형 힐링 동선을 완성해가고 있다. 치유의 숲과 수목원 조성 사업이 더해지면 생태 체류권은 더욱 선명해질 전망이다.
체류의 종착점은 소비, 그리고 정주
관광의 성공은 결국 지역에 얼마만큼 소비가 남느냐에 달려 있다. 왕인박사유적지 일대의 음식 콘텐츠 확충과 ‘빈상가 채움 프로젝트’, 독천낙지거리 환경 개선 등은 골목상권 회복을 겨냥한다.
야간 공연·전시 프로그램을 강화해 ‘밤이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체류 전략의 연장선이다.
최종 목표는 정주다. 영암형 공공주택과 청년 공공임대주택, 빈집 리모델링, 도시재생 사업 등을 통해 주거 기반을 확대한다. 관광과 생활 정책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묶겠다는 의도다.
고속도로 시대, 지방도시의 시험대
고속도로는 도시의 운명을 바꾸지만, 방향을 정하지는 않는다. 접근성 개선 이후 ‘통과 도시’로 남을지, ‘체류 도시’로 도약할지는 전략에 달려 있다.
영암군은 교통 인프라 확충을 계기로 도시 구조를 재설계하는 실험에 나섰다. 이동 시간은 짧아졌지만, 머무는 시간은 길어질 수 있을지. 고속도로 20분 시대, 영암의 선택이 지방 중소도시의 또 다른 모델이 될지 주목된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이동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목표”라며 “체류가 소비로, 소비가 재방문과 정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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