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 BTS 팬들 사이에서 뜻밖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방탄소년단 공연 소식이 전해진 뒤 해외 팬들은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이라며 관심을 쏟고 있다.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티켓팅 실패를 걱정할 필요도 없으며, 공연이 시작되면 언제나 무대 앞에 있기 때문이다.
이 얘기는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웃음으로 시작한 말 속에는 하나의 변화가 숨어 있다. 이순신과 세종이 더 이상 ‘한국 안의 위인’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K팝 팬들의 시선 속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BTS 덕분에 이 두 인물은 설명을 거치지 않고 세계에 노출됐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인지 궁금해지는 존재’가 됐다.
BTS는 또 한 번 ‘얼마나 많은 관객을 모았는가’라는 숫자의 경쟁을 넘어섰다. 대신 어디에 무대를 놓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서울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공간, 한국 국가 서사가 압축된 광화문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연출이나 이벤트 기획이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 세계적 문화 주체로서 어떤 좌표에 설 것인지를 정확히 계산한 판단이다.
해외 팬들의 반응은 이미 이 선택의 무게를 보여준다.
“서울의 심장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그룹”, “그들은 전설로 떠났고 역사로 돌아온다”는 말은 단순한 팬심의 과장이 아니다. 이번 공연을 둘러싼 열기는 컴백에 대한 기대를 넘어, ‘한국이라는 장소를 경험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확장되고 있다. 음악이 도시를 호출하고, 도시는 다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서 있는 위인이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이다.
이순신장군은 국가가 무너질 위기 속에서 국방의 책임을 완수했던 무(武)의 상징이고, 세종대왕은 지식과 언어를 권력의 소유물이 아니라 백성의 공공재로 만든 문(文)의 상징이다. 무(武)와 문(文), 위기 대응과 일상 운영. 한국 사회의 핵심 좌표가 이 두 인물 위에 놓여 있다. 그래서 그들은 광화문에 서 있고, 그래서 이 공간은 단순한 광장이 아니라 한국의 가치가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장소다.
중요한 점은 BTS가 이 상징들을 전면에 내세워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순신을 소개하지도, 세종을 강의하지도 않았다. 다만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무대를 그들 앞에 놓았을 뿐이다. 그 결과, 세계의 팬들이 먼저 묻기 시작했다. “저 동상들은 누구인가”, “왜 저 자리에 서 있는가.” 이것이 문화가 작동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다. 가르치지 않아도 보게 만들고, 주장하지 않아도 연결되게 한다.
이 방식은 이미 해외에서 검증돼 왔다.
영국 리버풀은 비틀즈를 단순한 팝스타로 소비하지 않았다. 도시 곳곳에 남은 음악과 기억을 하나의 서사로 엮으며, 리버풀 자체를 ‘비틀즈가 탄생한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팬들은 공연장이 아니라 도시를 경험하러 간다.
미국 멤피스의 엘비스 프레슬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집 그레이슬랜드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로큰롤이 미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가 됐다.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밥 말리가 차지하는 위상도 다르지 않다. 음악은 끝났지만, 도시는 여전히 그 음악이 태어난 역사와 태도를 증언한다.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스타를 앞세웠지만 역사를 지우지 않았고, 문화를 활용했지만 상징을 배경 장식으로 전락시키지 않았다. 공연은 계기였고, 완성은 도시와 서사의 관리에서 이뤄졌다. 문화는 무대 위에서 시작되지만, 브랜드는 공간과 반복 속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 광화문에서 벌어지는 장면도 같은 궤적 위에 있다.
BTS는 한국의 역사를 콘텐츠로 소비하지 않았다. 대신 현재의 문화가 과거의 서사를 가리지 않도록 무대를 설계했다. 그 결과 이순신과 세종은 ‘옛 인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함께 있는 존재가 됐다. K-헤리티지가 설명이 아니라 맥락으로 작동한 순간이다.
이제 문제는 분명히 문화의 영역을 넘어선다.
남은 것은 국가 브랜드 전략이다. 한 번의 공연으로 세계의 시선을 끌 수는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신뢰와 이미지는 전략 없이 유지되지 않는다. 광화문에서의 BTS 공연은 “한국에 이런 가수가 있다”는 홍보가 아니라, “한국은 이런 역사를 현재형으로 다루는 나라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균형감각 자체가 브랜드 자산이다.
이제 질문은 명확하다.
이 장면을 이벤트로 소모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 브랜드의 기준점으로 축적할 것인가. 광화문을 단순한 공연장으로 관리할 것인가, 아니면 한국의 문명 서사가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플랫폼으로 설계할 것인가. K팝을 수출 산업의 성공 사례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역사·도시·제도가 함께 작동하는 국가 브랜드의 입구로 삼을 것인가.
국가 브랜드는 슬로건이나 캠페인 영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복 가능한 장면, 일관된 태도, 그리고 그 장면을 훼손하지 않는 관리 능력에서 축적된다. BTS는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를 열어주었다. 이제 그 무대 위에 무엇을 남길지는 한국 사회의 선택이다.
요즘 전 세계 K팝 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은 바로 그 선택을 말없이 묻고 있다.
이 명당을 일회성으로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기준점으로 만들 것인가.
광화문은 지금, 그 시험대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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