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규제완화] 14년 족쇄 풀리는 마트…쿠팡과 '새벽 대전' 2막, 택배사도 들썩

  • 당정, 대형마트·SSM 새벽배송 허용 내용 담은 '유통산업법' 개정 추진

  • 대형마트 460개 '새벽배송 그물망' 전국 단위 가동되나…쿠팡과 경쟁

  • 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 등 택배사 전반 물량 증가 전망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14년 전 전통시장 보호라는 명분으로 채워졌던 대형마트의 심야 족쇄가 마침내 풀린다. 소비자의 잠든 시간대까지 파고든 쿠팡이 주도해 온 시장 흐름 속에서 대형마트의 활동을 제한했던 정부가 법 체계를 손보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유통가의 해묵은 ‘마트 대 시장’ 구도는 ‘마트 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간 생존 경쟁으로 옮겨가게 됐다.
 
9일 정치권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전날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협의회를 열고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다. 이 법은 2012년 개정 이후 대형마트에 대해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 제한, 월 2회 의무 휴업을 강제해 왔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는 새벽배송 사업에 사실상 참여하지 못했다. 유통법은 전통시장·골목상권 보호 등의 목적이었지만 그 자리를 온라인 유통업체 쿠팡이 차지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새벽 영업 제한을 온라인에 한해 풀어주기로 한 것이다. 유통법 영업제한 시간 규정에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행위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이 가능해지면 업계 경쟁 구도는 요동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전국에 보유한 점포 670여 개 중 온라인 주문 처리가 가능한 곳은 약 460개에 달한다. 업체별로는 이마트 100여 개, 롯데마트 70여 개, 홈플러스 290여 개 등이다. 행정안전부에 등록된 쿠팡의 전국 물류 거점은 246개다. 법 개정 즉시 대형마트는 쿠팡의 두 배에 달하는 촘촘한 ‘새벽배송 그물망’을 전국 단위로 가동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가 수도권에 집중된 새벽배송 서비스를 지방 중소도시까지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 거대 물류센터 구축을 위해 외곽 부지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는 사이 대형마트는 이미 전국 요지에 뿌리내린 점포를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로 즉각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선식품 배송의 핵심인 냉장·냉동 시설과 상온 창고가 완비된 마트 점포는 라스트마일(최종 배송 구간) 경쟁에서 압도적인 비용 효율성을 자랑한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 오프라인 점포를 통한 직접 (새벽)배송이 허용된다면 별도의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 기존 인프라만으로도 새벽배송을 전국 단위로 확대할 수 있다”며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이 장악해 온 새벽배송 시장에 대형마트가 가세하면 가격·배송 품질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며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지는 동시에 유통업 전반의 경쟁 구도도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택배업계로 수혜가 확산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새벽배송이 전국 단위로 확대될 경우 압도적인 물류 인프라를 갖춘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 대형 택배사들에 물량 증가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새벽배송 시장에서 신선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도 업계에는 호재로 꼽힌다. CJ대한통운은 이마트의 새벽배송 물량을 전담하고 있어 수요 확대 시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롯데마트 등의 심야 포장·출고가 가능해질 경우 새벽배송 물량 증가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관측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은 핵심 신선식품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심야 규제 완화 시 물량 수혜가 예상된다”며 “규제 완화로 택배 배송 시간이 분산되면 터미널 및 간선차량에 대한 추가 투자 없이 물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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