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AI는 피할 수 없는 변화, 노조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노사 합의 없는 AI 투입은 극빈층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술 도입이 노동 현장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는 문제 제기 자체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AI와 로봇의 확산이 일자리를 재편하고 기존 숙련 체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 해법을 놓고 ‘합의 없는 도입 반대’라는 구호가 강조된다면 이는 책임 있는 대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AI 전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기업과 주요 국가들은 이미 생산·물류·연구·서비스 전반에서 AI를 경쟁력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기업들의 자동화 투자 역시 이 흐름의 일부다. 이런 상황에서 ‘합의 없이는 안 된다’는 주장이 커지는 것은 오히려 기업의 해외 이전이나 자동화 가속이라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시장이 경직될수록 기업이 사람 대신 기술로 대응해 온 것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이다.

물론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AI 도입 과정에서 모든 부담이 노동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노동 영향 평가’나 사회안전망 강화 요구는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기술 도입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기업 내부에만 축적되지 않고, 재교육과 전직 지원, 사회적 안전망으로 환원돼야 한다는 원칙 역시 상식에 부합한다. 이는 정부와 기업이 외면해서는 안 될 책임이다.

그러나 노조 역시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 AI 시대에 노동조합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기존 일자리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기술 환경 속에서 노동의 역할과 숙련의 가치를 재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답이 필요하다. 만약 ‘반대’와 ‘저지’에 머무는 전략을 내세울 경우 노조 스스로를 변화의 주체가 아니라 장애물로 인식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청와대 앞 신년 기자회견 하는 민주노총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등이 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주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17
청와대 앞 신년 기자회견 하는 민주노총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등이 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주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1.7

더구나 경사노위 참여는 거부하면서 국회 중심의 사회적 대화에는 참여하겠다고 밝힌 태도 역시 일관성 논란을 낳는다. 사회적 대화의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책임이다. 대화의 장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면서 투쟁을 병행하는 방식이 장기적인 해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AI 전환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속도 조절이 아니라 방향 설정이다. 기술을 막을 수는 없지만, 기술이 사회를 파괴하지 않도록 설계할 수는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제도와 안전망을 마련해야 하고, 기업은 이윤의 사회적 환원을 고민해야 하며, 노조는 변화된 노동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AI는 노동을 없애는 존재가 아니라 노동의 형태를 바꾸는 도구다. 그 변화 앞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기보다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것이 기본이고, 원칙이며, 상식이다. 노조 역시 이제는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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