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두 기관 간 갈등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감원이 동시에 출범한 1998년 이후 30여 년째 불편한 관계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급하게 도입된 '정책·감독 분리' 모델은 권한의 균형과 상호 견제를 염두에 둔 장치였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늘 주도권 논란과 미묘한 긴장 관계가 유지됐다.
애초 금감위는 금융정책과 감독 방향을 결정하는 상위 기구로, 금감원은 검사·제재를 담당하는 집행기관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현장 정보와 전문 인력을 독점한 금감원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정책 결정권을 가진 금감위와 충돌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었다. 특히 대형 금융사고나 구조조정 국면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2008년 금감위가 금융위로 개편됐지만 구조적 문제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지속됐다. 금융위가 명확한 법적 상위기관으로 자리 잡았지만 금감원은 검사·제재 권한과 방대한 조직 규모, 현장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전히 독자적 목소리를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의 정책 판단과 금감원의 감독 집행이 엇박자를 내는 장면이 수차례 연출됐다.
실제로 △금융소비자보호처 신설을 놓고 갈등을 빚거나(2011년) △은행권 대출금리 부당 산정에 감정이 상하고(2018년) △금융회사 제재권을 놓고 공방을 펼치는(2019년)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현안에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최근 상황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그러드는 듯했던 해묵은 기싸움이 이번엔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 부여 여부를 놓고 충돌했다. 금융위는 '민간인 신분인 금감원 직원들에게 막강한 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원은 '갈수록 진화하는 민생범죄를 척결하기 위해선 전방위적인 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사경 문제를 계기로 금융위가 주관한 유관기관 업무보고에 금감원이 불참하거나 금융지주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등 기싸움은 과열되는 양상이다. 금융위에서는 "금감원장이 사전 의견 조율도 하지 않고 관례를 깨는 발언과 행보를 많이 한다"고 불쾌한 감정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금감원에선 "금융위가 이번에도 금감원 권한을 막고 있다"며 맞섰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정책 컨트롤타워인 금융위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기관 장악력을 잃고 금감원에 휘둘리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상황이 특히 누적돼 왔다"며 "가끔씩 금융당국 수장이 누구인지 생각하게 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감정적 대립이 장기화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금융시장과 회사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당국 간 메시지가 엇갈릴수록 피감기관은 규제 기준과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은 약화되고, 시장 전반에 혼란만 키우는 셈이다.
해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 감독의 전문성과 독립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 전제는 컨트롤타워의 권위와 질서가 바로 서 있을 때다.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정책도, 감독도 무의미해진다. 금융위는 정책의 중심을 잡되 그만큼 큰 책임을 져야 하고, 금감원은 그 틀 안에서 최대한으로 감독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정책과 감독이 같은 방향타를 쥐지 않으면 시장은 길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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