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에 참여한 5개 정예팀이 서로 다른 기술 해법으로 ‘국민 AI’의 윤곽을 그려가고 있다. 글로벌 최상위권 성능을 겨루는 초거대 모델부터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특화형 AI, 대규모 서비스 확산과 보편적 접근성을 앞세운 플랫폼 전략까지 각 사의 접근은 다르지만, 한국어에 강하고 실제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소버린 AI’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는 하나로 모인다. 단일 모델의 우열을 가리는 경쟁을 넘어, 대한민국 AI 주권을 떠받칠 다층적 생태계 구축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 LG AI연구원, 글로벌 최상위 성능과 AI 풀스택 전략
LG AI연구원의 ‘K-엑사원’은 독자적인 MoE(전문가 혼합) 아키텍처와 강화학습 기반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글로벌 오픈 모델 가운데 최상위권 성능을 기록했다. 13개 주요 벤치마크 가운데 10개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며 균형 잡힌 성능을 입증했다. 하이브리드 어텐션 기술로 연산량을 70% 절감했고, 26만 토큰에 달하는 초장문 문맥 처리도 가능하다.
LG AI연구원은 모델 개발에 그치지 않고 AI 반도체부터 B2B·B2G 서비스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AI 풀스택’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화학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축적한 성과를 기반으로, 한국 AI의 기술력을 글로벌 무대에서 증명하겠다는 구상이다.
최정규 LG AI연구원 에이전틱 AI 그룹장은 “K-엑사원은 연구 효율을 극대화한 선제적 파이프라인을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린 모델”이라며 “산업 현장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AI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 SK텔레콤, 초거대 모델과 ‘K-AI 연합군’ 전략
SKT의 ‘A.X K1’은 매개변수 5190억개 규모의 초거대 AI 모델로, 복잡한 추론과 고난도 코딩 영역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지능을 구현했다. 추론 시 330억개의 파라미터만 활성화하는 MoE 구조를 적용해 성능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일반 대화와 단계적 추론을 결합한 ‘씽크 퓨전’ 기술을 통해 수학 올림피아드(AIME25) 등 고난도 벤치마크에서도 경쟁 모델을 상회하는 성과를 냈다.
서울대·KAIST 등 학계와 리벨리온, 크래프톤, 포티투닷 등 산업 파트너가 결합한 연합 구조도 SKT의 강점이다.
김태윤 SKT 파운데이션 모델 담당은 “1000만 이용자를 보유한 ‘에이닷’ 서비스 경험과 그룹사·산학 연계를 통해 AI 대전환을 실질적으로 이끌 수 있는 확산 역량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 네이버클라우드, 보편성과 공공성에 방점
네이버클라우드의 ‘하이퍼클로바X 시드(SEED)’ 시리즈는 텍스트·이미지·음성을 하나의 모델에서 처리하는 네이티브 옴니모달 아키텍처가 핵심이다. ‘32B 씽크’ 모델은 고난도 추론에 특화돼 수능 전 과목(국어 제외) 1등급 수준의 문제 해결 능력을 입증했다. 모델 규모 경쟁보다는 비정형·비디지털 데이터를 학습해 산업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에이전트형 AI를 지향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기술 우위보다는 접근성과 공공성에 무게를 둔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기술총괄은 “독파모의 결과물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AI’여야 한다”며 “국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포용적 기술로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 NC AI, 산업 특화 고성능 소버린 AI
NC AI는 자체 엔진 ‘베키’를 기반으로 한국어 전문성과 추론 성능을 동시에 강화한 산업 특화형 AI를 제시했다. 유사한 파라미터 규모의 글로벌 하이엔드 모델 대비 한국어 주요 벤치마크에서 우위를 기록했고, 지시 이행과 고난도 추론 영역에서도 경쟁 모델을 앞섰다.
김근교 NC AI 실장은 “10조 토큰 규모의 학습 데이터와 한글 조합 기능을 통해 고어까지 처리 가능한 한국어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제조·국방·K-컬처 등 산업별 요구를 해결하는 특화 AI로 한국 AI의 세계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 업스테이지, 효율과 실사용성 중심 전략
업스테이지는 효율성과 현장 적용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총 1026억개 매개변수를 갖췄지만, 추론 시 120억개만 활성화하는 MoE 구조를 통해 연산 비용을 크게 낮췄다. 이를 통해 중국 딥시크 R1 등 체급이 훨씬 큰 글로벌 모델을 상회하는 성능을 입증했다.
한국어 이해도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권순일 업스테이지 부사장은 “솔라 오픈은 한국어를 가장 잘 이해하는 AI를 지향하는 열린 플랫폼”이라며 “행정·법률·의료 등 전문 분야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AI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AI 업계는 독파모 프로젝트를 단일 모델 경쟁이 아닌, 서로 다른 강점을 지닌 모델들이 공존하며 생태계를 확장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성능, 대규모 확산, 보편적 접근성, 산업 특화 전략이 맞물리며 ‘국민 AI’의 정의 역시 한층 입체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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