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미래 한중 관계, 南 北 中 '물류 길'로 활짝 열자

김영윤
김영윤

지난 1월 초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무엇보다도 한·중 관계의 ‘전면 복원’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회담 형식과 시간, 의전 모두 ‘관계 복원’에 방점을 찍은 이번 회담은 정책적 측면에서 ‘민생 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략적 소통 확대’라는 두 축으로 요약된다. 물론 선언적 복원과 실제 정책·사업 추진 사이에는 간극이 있을 수 있지만 ‘갈등’을 넘어 ‘관계 재설정’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회담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양국 사이에 체결된 양해각서(MOU) 14건에 교통·환경 분야가 포함된 점은 향후 인프라·물류 협력의 제도화를 예고한 것으로 그 상징성이 크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국 상무부 간 장관급 정례 협의체를 신설한 것은 인프라·물류 협력 논의를 구조화하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이어질 한·중 대화에서 이 대통령이 언급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 노력을 함께 모색하자”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반도와 중국을 연결하는 물류 길을 구축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단연 그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왜 ‘물류길’인가. 남·북·중을 잇는 물류 길은 단순한 경제 프로젝트가 아니다. 평화를 구조화하는 인프라다. 물류는 연결이자 상호 의존의 물리적 기반이다. 남·북·중을 잇는 철도는 화물의 이동을 통한 신뢰 증진과 평화 정착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한반도와 중국,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대륙 물류망은 한국을 해양과 대륙을 잇는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한국은 유라시아 네트워크의 동아시아 관문이자 섬이 아닌 실질적 반도로 기능을 할 것이다. 이는 남북 관계의 새로운 프레임으로 자리매김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남북 관계는 핵과 제재 문제와 연결된 ‘안보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남·북·중 물류 길은 남북 관계를 경제·인프라 연결이라는 프레임으로 재구성하게 된다. 북한에도 체제 위협이 아닌 체제 생존과 발전을 위한 협력 카드다. 전체적으로는 한·중 관계 복원, 한반도 평화, 유라시아 진출을 하나의 축으로 묶는 전략이다.
 
실현 가능성은 어떠한가. 국제 제재, 중국과 북한의 전략적 계산이 핵심 변수다. 첫째, 유엔 대북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는 북한과의 인프라·물류 협력에 상당한 제약을 가할 것이다. 대북 금융·자본 투자나 전략물자 수송 프로젝트는 제재 위반 논란에 쉽게 휘말릴 수 있다. 따라서 제재 부담이 작은 인도적·민생·비군사적 물류를 우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유엔 산하 기구나 다자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와 협력해 투명성과 합법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재 환경 속에서도 가능한 ‘연결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둘째, 중국의 전략적 이해를 충분히 고려한 전략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러시아-유럽으로 이어지는 물류 길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공급망 재편 속에서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 유지와 확대에 일조할 수 있다. 즉 한반도와의 경제·인프라 연결이 중국의 ‘일대일로’를 확장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번영, 다자적 연결성 강화라는 프레임으로 물류 길을 설계해야 한다. 셋째, 남·북·중 물류 길은 경제난과 고립을 겪고 있는 북한에 외화·물자·에너지·기술·인프라 측면에서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인프라·물류 연결이 가져올 정보·사람·자본 유입은 체제 안전과 통제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북한에는 경계 대상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물류망이 단순히 북한 지역을 관통하는 형태로만 존재한다면 통제권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질적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체제 안전을 위협받지 않는 구조로 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을 중심에 둔 설계가 필요하다. 북한이 물류의 단순 통과지(corridor)가 아닌 노드(node)가 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 내 주요 지점(평양, 신의주, 나진·선봉, 원산 등)을 한반도-중국 물류 길의 거점으로 설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류망 설계 단계에서부터 북한 경제와 연계하고, 이를 북한의 개발전략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 수익 배분 구조, 운영권, 통행료·사용료 등에서도 북한의 이익을 명확히 설계하는 것도 요구된다. 이러한 구조를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설계해 북한에 제안한다면 북한이 수용할 여지는 클 것이다. 이와 함께 한·중이 함께 북한을 설득하는 과정도 필수적이다. 중국은 북한을 안심시키는 ‘정치적 보증인’으로, 한국은 인프라·기술·운영의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한국의 철도·도로·항만·물류 시스템과 기술력, 금융·투자 역량, 국제사회 신뢰, 유라시아 전략이 북한 체제에 대한 위협이 아닌 발전의 기회라는 메시지를 중국과 함께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다음과 같은 단계적 접근도 유의미하다. 먼저 남·북·중 3자 방식으로 철도·도로 연결의 노선, 비용, 경제효과를 검토한 다음 시범 구간에서 제한적 운행을 추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북한 구간(단둥–신의주, 훈춘–나진 등)에서 시범 물류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남북 연결(경의선·동해선)과 점진적으로 연계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인도적 물자, 농산물과 같은 비전략 물자와 함께 국제기구 지원 물자 등 제재 부담이 없거나 작은 품목부터 남·북·중을 연결해 수송하고, 점차 상업 물류로 확대하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남·북·중 물류 길 구상을 유라시아 전체의 다자적 개발 프로젝트와 연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중·러 3자 협력과 동북아 다자협력을 비롯하여 유엔 산하 기구 및 다자개발은행(ADB 등)과 연계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동북아 전체의 평화·번영의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접근은 국제사회에도 제재 회피가 아닌 투명하고 관리 가능한 연결이라는 차원에서 미국과 서방의 우려를 완화하고, 제재 환경 속에서도 합법성과 정당성 확보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판단된다.
 
평화는 말로 오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반도와 중국을 연결하는 물류 길의 연결은 반드시 실현해야 할 남·북·중 ‘미래 비전’이다. 여기에 남·북·중 모두는 공동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제적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한국 정부의 대중·대북 강력한 외교가 필요하다. 2026년은 한국 경제의 영토를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확장하는 '제2의 건국'의 원년이 되도록 하자.

필진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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