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2025년 끝자락, 오세훈이 버리고 가야 할 것들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2025년의 마지막 문턱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서울시정과 한국정치를 되돌아보게 된다. 올해 서울은 전례 없이 바빴고, 논란이 많았고, 성취 또한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소용돌이의 중심에는 늘 한 사람이 있었다. 서울시장 오세훈. 그는 여전히 청렴하고, 신사적이며, 절제된 언어를 구사하는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그러나 바로 그 미덕이, 역설적으로 오세훈을 정치적 고지에서 멀어지게 하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품위의 장이 아니다. 투쟁의 기술이고, 감정의 파동이며, 때로는 잔혹한 결단의 무대다. 문명과 상식, 정책과 균형을 강조하는 정치인은 훌륭한 행정가일 수 있으나, 대권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2026년을 맞은 이 시점에서, 오 시장이 '버리고 가야 할 것들'은 명확하다.
 첫째, 지나친 신중함이다. 오세훈은 누구보다 신중하고, 누구보다 합리적이다. 문제는 그 신중함이 종종 결단의 순간을 지워버린다는 데 있다. 정치는 기다려주는 무대가 아니다. 타이밍을 놓친 결단은 결단이 아니라 오판이 되고, 미루어진 선택은 결국 정치적 패배로 귀결된다. '때가 되면 평가받을 것'이라는 태도는 행정에서는 통할지 모르나, 정치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정치판은 때를 주지 않는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2025년 내내 서울시는 거센 공세를 받았고, 시장 개인을 향한 정치적 타격도 반복됐다. 그 모든 순간마다 '조용한 대응'은 품위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국민의 눈에는 종종 '주저함'으로 각인된다. 오 시장은 신중함을 버려야 한다. 적어도 정치적 순간 만큼은 그래야 한다.
 둘째, 감성의 빈칸이다. 대통령 선거는 정책 경진대회가 아니다. 감성의 정치이며, 팬덤의 전쟁이다. 지금 한국 정치의 현실은 냉정하다. 누가 더 논리적인 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더 강렬하게 마음을 울리는 지가 승패를 가른다. 오 시장은 대중을 설득하는 힘은 있으나, 대중을 흔드는 힘은 부족하다. 논리의 칼날은 예리하지만, 감정의 물결을 일으키지 못한다. 이는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중도층에게 사랑받는 정치인은 많지만, 감성의 주파수를 장악한 정치인은 손에 꼽힌다. 오 시장이 대권을 꿈꾼다면, 감성의 빈칸을 메워야 한다. 딱 1%의 투박함, 딱 1%의 분노, 딱 1%의 고집이 필요하다. 그것은 이미지의 파괴가 아니라 정치적 완성이다.
 셋째, 당내 기반의 취약성이다. 정치는 혼자 뛰는 마라톤처럼 보이나, 사실은 집단이 움직이는 구기(球技)종목에 가깝다. 팀이 약하면 개인도 약해진다. 국민의힘 내부 지형에서 TK, 강경보수, 윤핵관 등 굵직한 세력들은 이미 서로의 등 뒤를 지키는 견고한 진지전을 구축했다. 그러나 오 시장의 정무라인은 빈약하다. 외롭다. 전략·메시지·조직·여론을 잇는'정무의 척추'가 비어 있다. 이대로 라면 대선의 링에 올라서기도 전에, 링 밖에서 지리멸렬하게 에너지를 잃을 것이다. 2026년을 기점으로 오 시장은 정무의 재편을 시작해야 한다. 충성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 전장을 아는 사람들로 진지를 다시 꾸려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세훈이 버려야 할 가장 큰 짐은 바로 자기 미덕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다. 그는 선한 사람이다. 깨끗한 사람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선한 행정가'가 아니라 '정치의 야수성 마저 길들일 줄 아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미덕은 존경을 낳지만, 결단은 승리를 낳는다. 두 가지 중 하나만으로는 정상에 설 수 없다.
 2025년은 저물었다. 2026년과 2027년은 한국 정치의 판도가 뒤바뀌는 계단이 될 것이다. 오 시장이 위의 이들 네 가지를 버릴 수 있다면, 그는 단순한 서울시장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자로 다시 호명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변화, 품위가 아니라 결단, 신중함이 아니라 용기다. 2025년의 끝자락, 오세훈이 버리고 가야 할 것은 바로 그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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