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경제 전문가들이 정부의 대응 조치와 수출 흑자에도 불구하고 새해도 고환율 흐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일시적인 외환 현상이 아닌 원화 약세가 고착화되는 '뉴 노멀'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냉정한 진단도 함께 내놨다.
2일 본지가 주요 기업과 경제 5단체, 학계 전문가 15인을 대상으로 올해 환율 전망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내년 원·달러 환율을 1500원대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2025년 환율 평균값인 달러당 1421원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평균치(1394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환율이 한국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평가했다. 단순히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나 수급 요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산업 구조 재편, 세계 금융 환경, 해외 투자 확대 등 복잡한 요인들이 쌓이면서 기존과 차원이 다른 환율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산업 구조의 편중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 호황기를 맞이한 반도체는 국내 수출의 약 28%를 차지하며 무역수지 흑자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의 경쟁력이 국내 산업 전체 경쟁력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반도체·자동차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제조 산업 전반이 약화하면서 산업 기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수출 증가→환율 하락'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마저 해외 투자를 선호하는 양상도 두드러졌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는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활발하고 이른바 '서학개미'라고 불리는 해외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한국 경제에서 빠져나가는 달러 유출 규모가 주변국 대비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원주 한국외대 교수는 "멈추지 않고 있는 러·우 전쟁을 비롯해 중동 지역 긴장, 유럽 경기 침체 등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화되고 있다"면서 "전 세계 자금이 달러로 향하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를 피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많은 경제 전문가는 올해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서 1500원대까지 진입까지 전망했다. 소폭 하락세를 보일 순 있겠으나 과거 수준의 원화 강세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경제계 공통적인 입장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중 관세 협상이 잘 타결되길 기대하지만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고, 해외 높은 투자 수익률 등을 고려하면 원화로 눈 돌리는 게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1500원대' 시나리오에 맞설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환율이 단기 충격이 아닌 한국 경제의 새로운 상시 구조라는 점에서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불안정한 대외 여건과 내수 회복 지체되는 가운데 고환율 압박까지 더해져 기업들이 새해 경영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기업의 국내 투자를 대폭 확대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통해 최대한 환율 변동 민감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